ADVERTISEMENT

文 SNS에 뿔난 수험생들…"수능이 K방역 홍보 기회인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0만 수험생의 건강보다 K-방역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1일 문재인 대통령의 SNS에는 '뿔난' 수험생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이 하루 전 트위터에 "무사하고 안전하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러낸다면 K-방역의 우수성이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적은 직후부터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 세계가 우리의 수능을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들 대부분이 불안한 방역 상황 때문에 전국 단위의 국가시험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자신들의 안전과 이후 입시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강행하는 이유가 고작 해외에 K-방역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어서냐" "연기 불가 방침이 학사일정이나 교육일정 때문인 줄 알았는데 K-방역 별점과 리뷰 때문이었냐"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올린 트위터 글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올린 트위터 글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트윗에 달린 댓글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트윗에 달린 댓글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수험생들은 특히 정부가 수능 이후 대학별 고사(논술ㆍ면접ㆍ실기)와 관련해 확진자ㆍ자가격리자의 응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수능만 치면 대학 입시가 뚝딱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논술·면접·실기 일정 줄줄이 잡혀있는데 격리자·확진자 차질없이 일정 진행할 수 있게 대책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달렸다.

현재 각 대학에서는 아직 자가격리자·확진자의 대학별 고사 응시에 대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몇몇 대학은 수험생 중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비롯해 격리 중인 가족이 있는 수험생의 고사장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전형 응시 비용을 환불해주겠다는 안내도 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12월 17일 이전에 논술고사 치러질 예정이다. 수능으로 인해 수험생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가족으로 인해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 2주가 지나 시험을 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선 아직도 수험생들이 '연기'와 '강행'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3일 수능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학생들은 "미룬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한 달 뒤에 상황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반면 수능 일정 연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최대한 올려서 확진자 추세가 감소한 후에 보는 게 맞다" "연기 안 할 거면 논술이나 면접 일정은 조정이라도 해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편 수능을 앞두고 고등학교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금정고등학교에선 접촉자 723명 중 721명이 검사를 받고, 1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7일 기준 확진자 접촉 등 코로나19 여파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은 총 3만3901명이다. 이 중 수험생이 포함된 고등학생은 1453명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