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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秋·尹 동반사퇴론 이상민 "文, 결단 못하면 리더십 저하"

중앙일보

입력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무리수는 법률가로서 견지해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사안이었다. 못본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무리수는 법률가로서 견지해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사안이었다. 못본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때 결정하지 못하면 오히려 임기 1년 반 남은 문 대통령은 리더십이 저하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5선) 이상민 의원이 지난달 30일 극한 대치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동반 퇴진으로 이끌 것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자진 사퇴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결론을 내야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해 판사 사찰 등의 이유로 직무배제·징계청구 결정을 내렸고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2일로 예정돼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권한대행)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는 글에 대해선 “추 장관 뜻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이 일반적인 법 상식에 기초한 얘길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과 법무부가 맞붙는 상황을 두곤 “검찰 구성원 의견을 집단이기주의 발로로 치부하는 건 위험하다”고 걱정했다.

조 차장검사의 글 어떻게 봤나.
“검찰개혁은 당사자도 따를 수밖에 없단 승복감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검찰 구성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면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공감대가 있어야 개혁도 가능하단 점에서 윤 총장 직무정지를 철회해달라는 취지로 읽혔다.”
추 장관은 완강하다. 
“검찰권 범위에도 한계와 통제가 있듯이 추 장관 권한에도 범위와 한계가 있다.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그를 감찰해 직무정지를 시킨 일련의 과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탱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절차적 정의를 소홀히 한 채 무리수를 둔 거다.”
윤 총장 ‘판사 사찰’ 징계사유가 죄가 되지 않는데 최종보고서엔 삭제됐단 이정화 법무부 파견검사 주장도 있다.
“윤 총장 징계사유는 모두 논란거리다. 사실관계 확정이 안 되고 관련 증거수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일방 주장만 있다. 사실관계 확정도 없이 곧바로 직무배제와 징계절차에 들어간 건 누가 봐도 순서가 바뀌었다.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2일 징계위에서) 결론 나더라도 허구라 비판받고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2일 열리는 징계위에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을 해임한 뒤 대통령 재가를 요청할 기세다.
“그게 더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거다. 윤 총장도 동반퇴진하면 따를 수밖에 없고, 정무직인 장관도 국민적 필요를 위해선 바둑돌처럼 버려야 하는 이치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두 사람을 불러 ‘국민 보기 죄송스럽다. 두 분의 진정한 뜻은 알지만, 사태 수습에는 어려우니 그만둬 줘야겠다’고 말할 거다.”
동반퇴진을 주장하는 근거는.
“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인데 합심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지 정부 기구 수장들이 싸우며 소모적 갈등과 대립을 키우고 있는 건 명백한 잘못이다. 윤 총장이 잘못했다면 해임하면 됐다. (추 장관이) 권한을 통해 이를 해결하지 않고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쓰레기 악취 나는 싸움, 너무 지긋지긋하다”며 동반퇴진을 주장했다가 친문(親文)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지도부는 “자중하길 바란다”(지난달 27일 신동근 최고위원)는 반응이었다.

당내에서 추 장관 결정을 공개 비판한 건 극소수다.
“민주당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와 비슷하다. 선거를 연달아 이기며 교만해진 거다. 의원 몇분과 얘기했더니 제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구 눈치를 보나.
“분위기에 압도된다고 할까. 그러나 174석은 국민 전체가 모아준 거지 일부 당원이 준 게 아니다. 문자 폭탄을 보내는 사람들은 2000~3000명쯤 된다고 하는데 국민 전체에 비하면 ‘한 줌의 모래’다.”
부담은 없나
“법률가로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행위라고 봐서 못 본 체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을 방치할수록 사태는 악화하고 대통령 부담은 커진다. 5선 중진으로 할 말은 하는 게 내 책무다.”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 출신인 이 의원은 작년 4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야당 반발에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주역이었다. 작년 12월 공수처법 표결 전엔 “권력층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선 공수처가 필수적”이라며 범여권 단독 처리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전 유성구(현 유성을)에서 당선된 뒤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했다. 이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섰다. 지금은 그를 위한 추동력이 부족해 추-윤 동반사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했다. 이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섰다. 지금은 그를 위한 추동력이 부족해 추-윤 동반사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김효성 기자·김수현 인턴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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