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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기술이 만났다, 103개 상상력이 현실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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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봉건 디자이너와 조명 제조·유통업체 황덕기술단이 디자인 개발한 조명 ‘웨이트 라이트’. 구를 이용해 램프 각도를 360도로 움직일 수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신봉건 디자이너와 조명 제조·유통업체 황덕기술단이 디자인 개발한 조명 ‘웨이트 라이트’. 구를 이용해 램프 각도를 360도로 움직일 수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1. 인테리어 마감재 수입·제조 유통업체 에이스임업을 운영하는 하상엽 대표는 최근 국내 3인의 젊은 디자이너(왕현민·백승한·임준성)와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에이스임업이 제작한 우드슬랩(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든 패널) 상판에 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한 다리를 결합해 테이블을 완성한 것. 그동안 ‘우드슬랩+검은 철제 다리’로만 테이블을 만들던 데서 탈피해 세상에 둘도 없는 디자인의 신제품이 나왔다. 이 테이블 3개는 현재 2020 디자인페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받고 있다.

2020 DDP디자인페어 온라인 개막 #디자이너 98명, 제조상인 61명 협업 #가구·조명·생활리빙 작품 시민투표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생태계 구축”

#2. 삼성전자, 라인프렌즈 등과 디자인 개발을 해온 신봉건 디자이너는 최근 평소 꿈꾼 조명 제작에 도전했다. “이미 너무 많은 디자인이 나와 있어 더 새로운 걸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조명 제작·수입업체 황덕기술단(대표 김희규)과 협업해 테이블 조명 ‘웨이트 라이트’를 개발했다. 신씨는 “황덕기술단은 제작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그 누구보다 디자인의 가치를 알고 협력해준 최고의 파트너였다. 상상하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선민 디자이너와 그리고글라스의 유리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박선민 디자이너와 그리고글라스의 유리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2020 DDP디자인페어(이하 DDP페어)가 지난 20일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서울의 청년 디자이너와 중소 제조업체가 협업해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주최하는 이 페어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문 비즈니스 론칭쇼로, 올해 98명(팀)의 디자이너와 61명(팀)의 제조 브랜드가 참여했다. 본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장에서 제품을 공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전용 플랫폼(ddpdesignfair-ex.or.kr)에서 선보이고 있다.

디자이너와 업체가 103종의 제품을 개발한 과정, 디자이너의 생각과 제조 현장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동영상 인터뷰로 풀었다. 눈길을 끄는 건 5개월간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을 볼 수 있는 코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라이프스타일 해석은 물론,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의 ‘철제공고상’. 전통 소반을 철제 조립형 가구로 재해석했다.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의 ‘철제공고상’. 전통 소반을 철제 조립형 가구로 재해석했다.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대표 김미영)은 선반과 소반 등 1인 가구를 위한 조립형 가구를 만들었다. 특히 ‘철제공고상’은 전통 소반을 재해석해 철제로 만든 테이블이다. 3명의 디자이너가 탐킨과 협업했다. 김미영 대표는 “DDP페어가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며 “생각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정우원 디자이너는 서울 을지로의 금속 가공·제조업체 협성정밀(대표 신경철)과 움직이는 아트 조명 ‘버드 이브(Bird eve)’를 만들었다. 내부 모터를 설치한 이 조명은 RGV컬러를 사용한 3개의 전구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낸다. 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영국왕립예술대학(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정씨는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협성정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TIEL(이중한, 샤를로트 테르)과 루니코가 협업해 만든 고주파 성형의자.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TIEL(이중한, 샤를로트 테르)과 루니코가 협업해 만든 고주파 성형의자.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강영민 디자이너는 플라스틱 제작업체인 아스코와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의자를 제작했고, 디자이너 프린마틱은 환경브랜드 씨밍과 빈티지 스타일의 가방을 제작했다. 고주파 원리로 벤딩 가구를 만드는 루니코(대표 고영숙)는 디자이너 최도영, 티엘(TIEL)과 협업해 새 의자를 개발했다.

DDP페어는 올해로 2회째다. 정효순 서울디자인재단 공공디자인팀장은 “2017년, 2018년 을지로·동대문 상인들과 디자이너가 협업해 각각 ‘바이(By) 을지로’ ‘동대문 DDP디자인마켓’등을 열었다”며 “업체와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구· 소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DDP디자인페어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올해는 가구·조명·생활 리빙 분야의 7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협업을 이끌었다. 조명 분야에 정미(이온SLD 대표), 손동훈 (아뜰리에손 대표), 가구 분야에 하지훈(계원예대 교수), 김군선(GooNs 대표), 생활리빙 분야에 안강은(INNE 대표), 정소이(보머스 디자인 대표), 전체 주제 방향 설정에 구병준(PPS 대표)다. 이들이 소상공인과 디자이너의 만남(매칭)을 주선했고, 일부 디자이너들과 제조업체는 플랫폼 안에서 파트너를 찾기도 했다.

손동훈 대표 주선으로 신봉건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인을 개발한 황덕기술단 김희규 대표는 “늘 디자인 상품 개발에 갈증이 있었다. 이번 디자인은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를 위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개발한 유재곤 디자이너(모멘텀 스튜디오)는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 신진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 현장과 접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올해 출품된 103개의 제품 중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거쳐 ‘DDP베스트어워드’ 등 7개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투표는 16일까지. 시상식은 22일 열린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국내 탁월한 제조 기술에 청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조·판매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미래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DDP페어가 도심 거점의 디자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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