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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갈팡질팡 정부’가 3차 대유행 자초한 것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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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방역 정책이 원칙 없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몰아닥치더니 확산 기세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최근 1주일 평균 국내 확진자 수는 이미 400명을 초과해 거리두기 2.5단계 수준을 넘었다.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렸지만, 뒷북 대응의 대가가 컸다.

일주일 평균 확진자 400명 넘었는데 2단계 유지 #3일 수능 전후 확산 차단 방역에 총력 집중하길

그런데도 정부는 어제 수도권의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고 지방은 1.5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이번 주가 코로나 3차 대유행의 고삐를 틀어쥐느냐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고비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 정도 느슨한 대응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특히 3일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는 약 50만 명이 응시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확산의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 한겨울 밀폐된 교실에서 많은 학생이 밀집해 시험을 치르는 만큼 감염 확산 우려가 크고, 수능이 끝나는 당일 밤부터 수험생들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올 공산도 크다. 교육 당국과 방역 당국이 사전과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3차 대유행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되풀이되면서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확산세가 충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10월 12일 성급하게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해 방역 경각심을 무디게 했다. 같은 달 22일부터는 소비쿠폰 지급을 재개했다. 이달 들어 지난 7일부터 거리두기를 다섯 단계로 세분하면서 기준을 대폭 완화해 또 한 번 방역 경각심이 느슨해졌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진영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방역에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 뼈아픈 실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앞서 8, 10월 보수단체 집회 때는 경찰 차벽까지 동원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의 전국 동시다발 집회와 25일 민주노총 집회 때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진영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니 방역 원칙과 국민 신뢰 모두 흔들렸다. 이렇다 보니 경상남도 진주·거제·함양·남해 등 지자체 관할 이장과 통장, 강원도 속초시 공무원 등이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오면서 코로나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3차 대유행 와중에 공직 사회의 기강이 이처럼 무너졌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에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자화자찬에 몰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G20 화상 정상회의 관련 발언에서 “(한국은) 신속한 진단검사로 확진자를 찾고 역학조사로 확산을 막았다”면서 “한국의 방역 경험이 각국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자랑했다.

1, 2차 대유행보다 3차 대유행의 확산 속도가 빨라 병상이 조만간 동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에서 백신 소식이 들리지만 백신이 손에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다. 결국 정부도, 국민도 방역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