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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이야기] 율무

중앙일보

입력

'커피'에 밀려 소비가 격감했던 율무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1994년까지 율무차는 국산차 시장에서 24%를 차지했으나 "율무가 남성의 정력을 약화시킨다"는 어느 수필가의 기고문으로 시장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율무가 정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서 상약(上藥)으로 표현된 율무는 인도 고산지대가 원산지다.

중국 후한시대 때 남만(베트남)원정을 다녀온 장수 마원이 중국으로 가져온 것을 고려 문종(1078년) 때 한약재로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 마원은 기후.풍토가 맞지 않은 남방에서 장병들이 건강을 유지한 것은 율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군량으로 비축했었다고 사기는 전한다.

우리는 쌀에 율무를 섞어 만든 율무밥을 즐겨 먹고 율무떡(인절미.경단.설기 등)을 고급떡으로 친다. 율무차.율무죽.율무과자 등도 만들어 먹었다. 민간에선 껍질을 벗기지 않은 율무를 볶아서 차로 달여먹기도 했다(경기도농업기술원 이은섭연구사).

율무쌀의 1백g당 열량은 3백64㎉로 쌀.찹쌀.밀가루 등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지방(4%).단백질(21%) 함량이 다른 곡류보다 훨씬 높다.

율무의 주요 건강성분은 코엑스노라이드(항암물질.면역증강물질).알리신(혈전 제거 물질, 심장병.뇌졸중 예방).알라신(인슐린 분비 촉진 물질, 율무는 당뇨병 환자의 건강식으로 널리 이용된다).그루캔인 코익산A(혈압을 낮추는 물질, 고혈압 예방) 등이다.

조선조의 실학자들은 율무를 임신한 여성의 금기식품으로 간주했다. 규합총서엔 "율무를 먹으면 아기가 떨어진다"고 직설적으로 표현돼 있다. 율무는 세포내 액포에 있는 수분을 방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자궁이 약한 임신부의 경우 세포내 수분이 빠져나가면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초강목엔 "율무는 비(脾)를 튼튼하게 하고 위의 작용을 돕는다. 폐를 보하고 열.풍.습을 없앤다. 밥을 지어 먹으면 냉기를 다스리고 달여 마시면 임질에 이롭다. 뿌리는 즙을 내 술에 타서 먹으면 황달 치료에 유효하다"고 기술돼 있다.

동의보감엔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기침을 낫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게 한다. 근육이 당기고 저리며 아픈 증상도 치료해준다. 다른 약보다 양을 많이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쓰여 있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한편 율무는 지방 함량이 높아 잘못 보관하면 지방 산패(酸敗)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8도 이하의 냉암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율무쌀의 크기가 균일하고 갈라지거나 부서진 것이 적은 게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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