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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렛 힘 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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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영화가 극장을 잠깐 거친 후 부가시장으로 직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토머스 바주카 감독의 ‘렛 힘 고’도 그렇게 조용히 관객 곁으로 다가온 영화다.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북서부의 몬태나 주. 조지(케빈 코스트너)와 마거릿(다이앤 레인) 부부는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홀로 된 며느리 로나(카이리 카터)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손자가 남았다. 2년 후 며느리는 도니(윌 브리테인)라는 남자와 재혼을 하는데, 마거릿은 우연히 어떤 광경을 목격한다. 도니가 로나와 아들을 때리는 현장이다. 노부부는 며느리와 손자를 다시 데려오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영화 '렛 힘 고'

영화 '렛 힘 고'

‘렛 힘 고’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의 역동적인 힘이다. 잔잔한 드라마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러닝타임의 3분의 2 지점에 도달하면서 거친 스릴러로 급변한다.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도니의 ‘위보이 패밀리’는 범죄 집단과 다름없었으며, 그들은 조지와 마거릿이 묵고 있는 숙소를 급습한다. 그들은 단순히 겁만 주지 않는데, 정점은 조지에게 가하는 육체적 가해다.

괜한 공포 효과로 치장하지 않고 우직하게 진행되는 이 장면은, 그 ‘군더더기 없음’으로 인해 오히려 더 충격적이다. 손자를 폭력에서 구원하겠다는 두 사람의 선한 의지는 부메랑이 되어 섬뜩한 폭력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게 끝난 걸까? 다행히 그들은 좌절하지 않지만, 더 큰 희생을 통해서 임무를 완성한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