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 형' 꿈은 이뤄졌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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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때부터 꿈꾸던 꿈 하나를 이뤄냈다. 다음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

NC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응원을 위해 고척돔을 찾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민규 기자

NC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응원을 위해 고척돔을 찾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민규 기자

지난달 24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가 창단 처음으로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을 때, 구단주인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다음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NC는 그로부터 한달 후인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김 대표는 NC 응원석인 1루 스카이박스에서 꿈이 이뤄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김 대표의 꿈이 이뤄지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김 대표는 2010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남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단할 뜻을 담은 의향서를 제출했다. 야구단을 창단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돈 먹는 하마'로 여겨졌던 야구단을 만들겠다는 소식에 엔씨소프트 주가가 뚝 떨어졌다. 기존의 야구단도 반발했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경남 지역에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야구단 창단 의지를 꺾지 않았다.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김 대표는 대한민국에 15명 밖에 없는 '1조 클럽' 회원 중 한 명이었다. 오직 김 대표의 의지만으로 NC 다이노스는 2011년에 탄생했다.

김 대표가 야구단 창단에 열성을 다한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야구를 사랑해서. 그는 창단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꿈'을 보며 꿈을 키웠다. 중학교 시절엔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커브볼 책을 구해 본 뒤 몇 달간 밤새 담벼락에서 혼자 피칭 연습을 하곤 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야구'라는 단어다.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라고 했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김 대표를 '성공한 야구 덕후'라고 한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을 뿐만 아니라 직접 야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거기다 우승까지 했으니, 성공한 야구 덕후라 할 만하다.

김 대표가 꿈꾸던 프로야구단은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이었다. 그는 "야구에 미치고, 승리에 미치고, 프로로서 숙명을 다할 수 있는 구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미쳤던 NC는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루면서 프로야구단으로서 제일의 가치를 완성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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