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심야약국 운영 유명무실

중앙일보

입력

박모(42·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쯤 위궤양의 통증이 심해져 차를 몰고 약을 사러 나갔다.그러나 10여곳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전주시 보건소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심야 약국을 문의,그 약국을 찾아 갔으나 마찬가지였다.결국 밤새 고통과 씨름해야 했다.

응급환자를 위한 심야약국 운영이 유명무실하다.

4일 전북도와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시·군 약사회에 오전 2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약국을 시 지역은 10곳,군 지역은 2곳씩 돌아가며 지정해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주시의 경우 2백70여곳의 약국 중에 심야에 문을 여는 곳은 2곳에 불과한 실정이다.군산·익산·김제시 등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약국은 오후 9시만 되면 문을 닫고 있다.

때문에 밤 늦은 시간에는 직접 살 수 있는 일반 약품은 물론 병·의원의 처방전을 갖고도 약을 구입할 수 없다.

양충호(49·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씨는 “대부분의 약국들이 밤이 조금만 깊으면 셔터를 내려 복통 등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약을 구할 수가 없어 애를 먹는다”며 심야약국 운영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지도단속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개업 약사들은 심야에 문을 열 경우 약사와 보조인력 등의 품이 드는 반면 수입은 매우 적어 당국의 지침을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주시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약국이 의약분업 이후 일반 약품만 판매하고 손님이 두세명에 불과해 대부분의 약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실효를 거두자면 당국이 경제적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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