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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결정은 우리가 한다"는데..김해신공항 운명은 누구 손에?

중앙일보

입력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할지, 검증 결과를 수용·보완해서 계속 추진할지는 어디서 결정하나요?"(기자)

[이슈분석] #국토부 간부 “결정 주체는 우리” #정부 차원 후속 조치 아직 미지수 #“청와대, 정치권이 결정” 관측도 #국토부 책임지고 빨리 결론 내야

 "우리(국토교통부)가 총리실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후속 조치계획을 마련할 겁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

 "그럼 국토부가 결정의 주체라는 얘기인 거죠?"(기자)

 "네."(국토부 고위 관계자)

 지난 23일 국토부 항공정책실의 고위 관계자와 주고받은 대화다. 이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의 운명은 국토부가 결정한다고 확인해줬다. 앞서 17일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은 이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검증위 발표 직후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결과 후속 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총리가 "후속 조치에 대한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 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국회에서 "검증결과를 준수해야만 한다"고만 답했다.

 정작 정부 내에서 누가 책임지고 후속계획을 결정할지는 명확지 않았다. 사실상 청와대나 총리실이 정치적 결론을 낼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에선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해석하고, 내친김에 가덕도를 신공항 대체지로 밀고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 항공기 모형이 설치 돼 있다. [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 항공기 모형이 설치 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검증위가 '근본적인 검토 필요'의 근거로 내세운 지적 사항이 빈약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특히 검증위는 '장애물을 깎지 않고 존치하려면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 법제처 유권해석을 내세워 국토부가 법적 절차를 어겼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법제처는 협의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 선행'을 내세운 검증위가 이미 부정적 결론을 내려놓고 법제처 해석을 꿰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검증위 보고서에서 김해신공항의 결정적인 하자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보고서를 살펴봐도 김해신공항이 왜 위험하고 부적격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검증위 결론에 별 이의제기도 못 하던 국토부로선 불리하지 않다. 검증의 허술함이 논란이 된 만큼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결과를 따져볼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사실 국토부 내부에서도 "검증위 지적은 기본계획에 반영·보완하면 될 수준이지 백지화까지 갈 내용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국토부가 '결정 주체'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는 별 역할을 하지 못 할거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관료는 "이미 신공항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됐다"며 "실질적인 결정은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하고 그 뒤치다꺼리만 국토부가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결정 주체라고 말하지만 속사정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결정 주체라고 말하지만 속사정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도 변수다. 아직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어 실제 추진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만일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의 후속 조치계획 논의와는 상관없이 모든 게 끝난다. 김해신공항은 백지화되고,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결정 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정치권이 정해준 대로 따르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말로만 '결정 주체'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좀 더 신속하고, 엄밀하게 김해신공항 계속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전문가는 "국토부가 신공항 건설과 계획의 주무부처인 만큼 김해신공항의 후속 조치를 어떤 방향이든 빨리 명확하게 결론 내려야 혼란이 줄어든다"며 "만약 결정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청와대나 총리실, 정치권이 대신 결론을 짓게 되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국토부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p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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