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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고 세련된 이방카, 본모습은 트럼프" 10년 절친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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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망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거야?”
“내가 왜 이런 책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과거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학창시절 친구인 라이산드라 오르스트롬(39) 기자가 이방카와 트럼프 일가에 대해 폭로성 글을 쓰면서다.

미국 대선 유세 마지막 날인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케노샤공항에서 열린 대중 유세에서 맏딸 이방카의 연설을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국 대선 유세 마지막 날인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케노샤공항에서 열린 대중 유세에서 맏딸 이방카의 연설을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오르스트롬은 17일(현지시간) 패션 주간지 ‘배너티 페어’에 이방카에 대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방카와 나는 학창시절 단짝이었다. 나는 7학년 때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여학교 채핀스쿨에 전학을 가 이방카와 만났다”고 서두를 연 오르스트롬은 어학연수 차원에서 간 파리 여행에서 이방카와 함께 다닌 뒤부터 10여년간을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다고 밝혔다.

오르스트롬은 이방카가 공석에서 “정중하고, 세련됐으며, 같이 있기 재미있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방카는 맨해튼 상공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일생의 꿈에 관해 얘기했고, 대화가 끝날 때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방카가 어떻게 그 부모와 그렇게 다른지에 대해 놀라워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오르스트롬은 “하지만 사석에서는 이방카의 더 거칠고 ‘트럼프적인’ 면모가 가끔씩 튀어나왔다”고 적었다. 그는 “이방카는 주기적으로 ‘이방카가 자신들이 봤던 사람 중에 가장 뛰어난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선생님들이나 관찰자들의 말을 전했다”며 “이방카에게는 지위와 돈, 권력에 대한 ‘트럼프 레이더’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남들을 버스 밑에 던져버릴 아버지의 본능 역시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방카 트럼프. AP통신=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AP통신=연합뉴스

특히 오르스트롬은 20대 중반 무렵 이방카에게 2001년 퓰리처 수상작 ‘엠파이어 폴스’를 추천했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엠파이어 폴스는 미국 메인주의 한 쇠락한 마을에서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다룬 리처드 루소의 소설이다. 그는“이방카는 항상 나에게서 책 추천을 받곤 했다”며  하루는 이방카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왜 나한테 망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하냐”, “내가 왜 이런 책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고 따졌다고 썼다.

또 레바논을 오가며 기자 일을 하던 오르스트롬이 자신의 이름이 아랍어로 새겨진 목걸이를 차고 다니자, 이방카는 이를 두고 “정말 싫다”라거나 “네 유대인 남자친구가 성관계할 때 그 목걸이가 걔 얼굴을 때리면 기분이 어떨까? 어떻게 그런 걸 차고 다닐 수가 있어? ‘테러리스트’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르스트롬은 2017년 이방카가 백악관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퇴행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망했다며, 이방카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화도 공개됐다. 그는 “트럼프는 항상 자기가 얼마나 많은 돈을 부인에게 주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된 분노와 함께 신용카드를 (딸에게) 주곤 했다. 그는 이방카가 학년에서 가장 예쁘고 인기 있는 애라는 걸 물어볼 때가 아니면 내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았다. 트럼프 일가가 자기 자신에 대해선 유머 감각이 없다는 걸 알기 전이었는데, 정직하게 이방카가 상위 5명이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난다. ‘누가 이방카보다 더 예뻐?’ 트럼프가 한 번은 정말 당황해서 물어봤었다. 나는 떠올랐던 애 2명의 이름을 댔고, 트럼프는 1명은 ‘젊은 신디 크로포드(1980~90년대 인기를 누린 슈퍼모델)’이고 1명은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묘사했다”고 적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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