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쌀

중앙일보

입력

'홀대받는' 한국인의 주식,쌀.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89㎏을 먹었다. 1990년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1백20㎏이었던 데 비하면 10여년새 30㎏ 이상 덜 먹게 된 셈이다. 하지만 쌀 소비가 갑자기 줄어들면 국민건강에는 좋지 않다.

특히 아침식사를 거르면 두뇌회전이 느려지고 집중력.사고력이 떨어진다. 두뇌활동에 필수적인 포도당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불안.우울증세가 생기며 점심을 과식하게 돼 체중이 늘기 쉽다.

쌀이 부족하던 시기에 혼식.분식을 장려하기 위해 쌀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일부러 깎아내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쌀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당뇨병과 각종 퇴행성 질환에 걸리게 된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쌀이 당뇨병 환자에게 오히려 권장할 만한 식품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인에게 최근 대장암이 증가한 것은 쌀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쌀은 탄수화물.단백질.미네랄.비타민 등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지만 지방.칼슘.철분 등은 부족하다. 그러나 반찬을 골고루 먹는 한 영양소가 결핍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서양인의 주식인 밀과 비교해봐도 쌀은 고마운 식품이다. 암을 방지하고 피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쌀이 밀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쌀가루와 밀가루의 열량은 서로 비슷하나(1백g당 3백70㎉) 밀.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구인의 비만율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또 아침식사로 쌀밥을 먹으면 김치.두부.채소 등 다양한 반찬을 고루 먹을 수 있으나 빵을 먹으면 버터.커피만을 곁들이기 십상이라는 것도 쌀의 숨은 장점이다.

쌀밥보다 보리밥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보리밥엔 비타민B1.B2.식이섬유 등이 쌀밥보다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보리밥은 먹기가 쉽지 않으므로 쌀에 보리를 10~30% 섞어 먹는 것이 좋다.

쌀은 한방에서 위장의 기운을 편하게 하고 속을 덥게 하는 식품으로 친다. 동의보감엔 쌀은 늦게 거둔(서리를 맞은 뒤) 것이 좋다고 쓰여 있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원장).

묵은 쌀보다 햅쌀이 맛은 물론 영양도 우수하다. 쌀은 수확 후에도 미약하나마 호흡을 계속하는데 이때 자체의 영양분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