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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질 vs 중국의 양…미중 기술 전쟁터는 인공지능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소장 김상배 교수)가 11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을 주제로 4주간 전문가 집중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화웨이 사태로 촉발된 미·중간 무역 전쟁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디지털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번 토론회 후원 미디어로 토론회 핵심 내용을 보도한다.

미·중 디지털 패권 전문가 토론회③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상욱 교수(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상욱 교수(우).

17일 오후 줌(Zoom) 화상회의로 열린 3차 토론회에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상욱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두 전문가는 "데이터·슈퍼컴퓨팅·알고리즘 등 혁신기술이 종합된 인공지능(AI) 분야가 향후 미·중 경쟁의 핵심 전장이 될 것"이라며 "AI 국가로 전환을 선언한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양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중국의 급성장 

2018년~2020년 컴퓨터사이언스 중 인공지능(AI) 분야 전세계 대학 순위. CSRanking

2018년~2020년 컴퓨터사이언스 중 인공지능(AI) 분야 전세계 대학 순위. CSRanking

교수진·논문 수·특허 수 등을 종합해 대학 순위를 매기는 미국 CS 랭킹에 따르면(2018~2020년 누적 기준) AI 분야 연구대학 1위(칭화대), 2위(베이징대)는 4위(중국화학기술원) 모두 중국 대학이 차지했다. 3위는 미국의 카네기멜런대. 미국·중국 이외 대학 중 10위 안에 든 곳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7위) 뿐이다.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는 44위를 기록한 서울대.

박 교수는 "중국은 막대한 노동력으로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고 연구자 커뮤니티도 크다"며 "중국 정부가 직접 AI 정책을 추진하며 개인정보보호 등 각종 규제에 자유를 주다보니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중국은 전 세계서 가장 자유롭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라고 평가한 맥락과 통한다.

질적으로 앞서는 미국

중국이 논문 수·특허 수 등에서 급격히 성장하긴 했지만 세계 AI의 중심은 여전히 미국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비결은 구글·아마존·IBM·페이스북 등 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들이다. 김 연구기획팀장은 "과거 10년간 AI 분야 학술데이터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이 중심에 있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지식을 흡수해 응용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세부적으로 AI를 인프라, 개념설계(알고리즘), 데이터, 인력 등으로 나눠보면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제외하고는 미국이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분야 기술 비교. SW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 발표자료.

미국과 중국의 AI 분야 기술 비교. SW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 발표자료.

미국은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개방형 AI 생태계를 형성해 후발주자를 '모방학습'시키는 전략을 편다. 김 연구기획팀장은 "제대로 된 AI 알고리즘 설계에 평균 2조원 이상이 든다"며 "기존에 미국 기업들이 공개한 알고리즘을 쓰는 후발주자들은 미국 친화적 생태계에서 조력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격자 중국, 독자 생태계를 꿈꾼다

중국은 공개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추격하는 동시에 독자 AI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에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가 있다면, 중국에는 'BATH(바이두·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가 있다"며 "AI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크(SNS) ·검색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BATH가 미국을 추격 중"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AI 분야에서 특정 기업을 밀어주며 자국 주도의 개방형 생태계를 발전시켜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5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며 자율주행(바이두), 스마트시티(알리바바), 의료 및 헬스케어(텐센트), 음성인식(아이플라텍), 영상인식(센스타임)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독자 개방형 AI 플랫폼 육성 정책. SW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 발표자료.

중국의 독자 개방형 AI 플랫폼 육성 정책. SW정책연구소 김준연 연구기획팀장 발표자료.

김 연구기획팀장은 "'중국판 깃허브'로 불리는 개발자 커뮤니티 기티(Gitee)를 만들고, 훙멍(화웨이) 같은 중국형 운영체제(OS)를 만다는 것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라며 "미국의 AI 지식을 흡수하면서도 독자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코로나로 미국 추격 5년 이상 앞당겼다"

김준연 연구기획팀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간이 5년 이상 줄었다"며 "지난달 중국이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선 처음으로 '쌍순환 경제'라는 개념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노리겠단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중국 내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해외시장도 노리겠다는 거다.

특히 중국은 유럽·동남아시아와 연계해 미국의 압박을 우회하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독일 AI 연구센터(DFKI)와 AI 가속 인큐베이터 센터를 개설하고 AI 분야의 심층 협력을 시작한게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중국은 이전의 산업발전 모델과는 다른 형태로 AI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AI 추격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AI 경쟁, 한국은?

한국에 필요한 AI 발전 전략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선택)은 사실상 어렵다"며 "한국이 속한 제조 가치사슬이나 기술의 경로 의존성을 고려하면 미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디지털 분야에서 AI를 기간 산업으로 키우고 있어 한국과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반면 김 연구기획팀장은 "AI는 특정 생태계를 택1 해야 하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생태계에서 경쟁력 있는 개별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기획팀장은 "미국과 중국이 AI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인공지능 분야에서 새롭게 도전할 기업을 많이 길러야 미·중 선택의 기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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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 미국의 시각 vs. 중국의 시각' 연속 토론회는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서울대 글로벌리더스프로그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24일엔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와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이 집중 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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