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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임대, 임대' 대책…부채 132조 LH는 황금알 낳는 거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오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뒤 심각해진 전세난을 해결을 위한 방안이다.

[현장에서]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대책의 중심 LH #부채비율 246% 넘으며 '제 코가 석 자' #땜질식 처방 아닌 근본적 해결책 필요

밑그림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매입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확보해서 전‧월세로 내놓는다거나 오피스텔‧상가‧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전‧월세 대책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다.

호텔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전세 물건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워낙 초단기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본다는 차원의 이야기”라며 수위 조절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 지구 전경. [사진 경기도]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 지구 전경. [사진 경기도]

그럼에도 정부의 공급 대책을 관통하는 분명한 공식이 있다. 정부가 고르는 답안은 임대주택 공급이다. 그리고 공급난을 해결할 소방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등판한다.

사실상 LH의 사업이라 할 수 있는 3기 신도시(18만여 가구)를 비롯해 지난 8‧4대책에서 정부가 서울‧수도권 유휴부지에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13만2000가구의 70%인 9만3000가구도 LH 몫이다. 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다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LH가 호텔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의 만능 키로 LH를 소환하고 있지만, 사실 LH는 ‘제 코가 석 자’인 상태다. 올해 기준 LH의 자산은 185조9729억원, 부채는 132조2766억원에 이른다. LH의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246%다. 2024년에는 수치가 257%까지 높아진다.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정책에 따라 2024년까지 연평균 33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수록 LH는 부채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임대주택 한 채를 지으면 가구당 1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땅값이나 물가상승, 임금인상 등이 정부 지원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LH에 지급한 공공임대의 정부 지원비(2018년 기준)는 3.3㎡당 742만원이지만, 실제 건설비용은 3.3㎡당 872만원이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용은 정부가 출자 30%, 대출 40% 등 70%를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사업자 등이 부담하는 구조다.

또 다른 복병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토지의 경우 앞으로 8년 동안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65.5%에서 90%로 높아진다. LH가 토지 등을 매입할 때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3기 신도시를 조성하려면 LH가 기존 땅 주인에게 돈(보상비)을 주고 필요한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 보상비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해당 토지의 접근 조건과 환경 조건, 도로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적합한 비율을 상정해서 공시가격에 더하는 식이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면 보상비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정부가 LH를 끼고 내놓은 공급 방안은 100원을 주면서 1000원짜리 빵을 사 오라는 것과 같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닌 LH가 그걸 다 떠안으면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그 빚은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전셋집이 사라지며 시장은 아우성이다. 공급은 필요하다. 그 방법이 반드시 임대주택 공급일 필요는 없다. 민간의 임대 공급 숨통을 조금 터주거나, 전세 수요를 줄이는 것도 새로운 전세물량을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전세 비용으로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무주택자에 대한 취득·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고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월세 세액 공제 확대를 통해 전세 대신 월세로 돌아서는 세입자가 늘어나게 유도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전향적으로 전세난의 도화선이 된 전·월세상한제의 상한액을 조금만 높여서 임대인이 자연스럽게 전세물건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과도한 개입과 정책 남발로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며 집값 폭등과 전세난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에 집착해 땜질 처방만 이어간다면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과도한 등짐을 지고 있는 말(LH)도 짐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결국 주저앉거나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좋은 대책은 ‘앞으로 더는 부동산 대책은 없다’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하겠나.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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