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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더는 약자가 아니다…지금 필요한 건 노동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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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초청 노동개혁 방안 좌담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전경련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초청 노동개혁 방안 좌담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전경련

“이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노조존중사회’예요.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지만 노조는 더는 약자가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쓴소리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학교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장관은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초청 노동개혁 방안 좌담회’에 참석해 “노조의 움직임이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노동부 장관(현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대표적 원로 노동전문가다.

“기업은 규제하며 노조 권한만 강화” 

김 전 장관은 정·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일명 ‘공정경제 3법’이 ‘공정’과는 관련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공정경제 3법의 핵심인 ‘대주주의 최대 의결권 3% 제한’은 지배구조에 관한 것인데 “불공정행위는 원청·하청 갑질 등 ‘관계’에서 관한 것이지, 특정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다.

기업과 노조에 각각 다른 잣대를 대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봤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은 개방경제 시대를 살며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없는 법안들로 옥죄면서 노조에만 (복지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을 근거로 노조법 개정안을 서두르고 있지만,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는 산별노조 체제로서 노조 사업장과 기업 현장이 분리돼 있는 반면, 한국은 기업마다 내부에 노조 사무실이 있어 파업과 직장점거 등으로 손실이 크다고 했다.
노조법 개정안의 골자는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허용’과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허용’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해고자·실업자가 노조 가입하면 기업 구성원 중 누가 노조 활동을 하고 싶어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에 재정을 지원하면 노조 지배 목적의 부당개입으로 보고 (근로시간면제 적용자 이외의)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노조가 주는 것으로 하는데, 이 같은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단축 등은 정치적으로 접근한 면이 있다. 과유불급”이라며 “사회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인데 충분한 고려가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와 관련해 “1987년 이래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게 성장해 왔다”며 “정부가 분명하게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법과 원칙 속에 중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권한 막강. 노동개혁 주도해야”   

김 전 장관은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개혁은 단연코 노동개혁이고 그 초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라고 역설했다. 현재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청년실업도 경기적 불황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양질인 1차 시장과 그렇지 못한 2차 시장으로 나뉨을 뜻한다. 전자는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이 포함되며 후자는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일자리가 해당한다.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다수가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자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매우 민감하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규제로 인해 취업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은 단기간에 퇴사율이 매우 높아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열쇠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노동개혁 전반에 나서 추진력을 불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려면 “사회적인 동의(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의 현실에 맞는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화(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근로자 개인의 생활적 안정을 보장) 모델을 구축하고 충분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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