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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45년 팔당호 규제…허허벌판과 아파트숲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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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양평·하남·광주 팔당호. 이곳은 수도권 주민 2500만명의 상수원이다. 중앙일보는 남양주시 관계자들과 행정선을 타고 하남, 광주시 소재 팔당호 취수구를 둘러봤다. 팔당댐과 붙어있는 댐 안쪽부터 취수구 4개가 나란히 있다. 이곳에선 하루 432만t의 물을 취수한다. 팔당댐 상·하류 전체 18개 취수구 하루 총 취수량 863만t의 50%를 차지한다.

불법영업 단속에 주민 25%가 전과 #주민 “재산권 침해” 헌법소원 청구 #2~3급수 경안천 인근 취수구 4개 #남양주 “남·북한강 상류로 옮겨야”

이곳에서 불과 1.8~3㎞ 떨어진 상류는 팔당호와 합류하는 경안천 하류다. 경안천 물은 1급수인 팔당호보다 색깔이 확연히 뿌연 빛을 띠었다. 유역길이 49.6㎞인 경안천 상류 주변엔 도시 지역과 공장, 축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선 경안천과 인접한 취수구 4개를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상수원 규제를 받는 남양주시 조안면(왼쪽)과 규제에서 제외돼 아파트·카페가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오른쪽) 지역의 모습이 대비된다. [사진 남양주시]

상수원 규제를 받는 남양주시 조안면(왼쪽)과 규제에서 제외돼 아파트·카페가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오른쪽) 지역의 모습이 대비된다. [사진 남양주시]

조 시장은 “축산시설 등 오염원이 밀집해 수질이 2~3급수인 경안천과 3㎞ 거리 이내 팔당댐 안쪽에 수도권 전체 주민의 절반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취수구가 밀집해 있다는 점은 식수원 오염의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일 취수원인 팔당호 취수구를 다변화하면 수질 오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식수원 테러에 대비한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한국형 그린뉴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시장은 이 같은 방안을 환경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수대교 인근 북한강 양쪽 강가 풍경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양수대교 한쪽 끝인 남양주시 조안 지역은 주택이 드문드문 보일 뿐 산과 들판이 펼쳐져 있다. 반면 강 건너 양평군 양수리 지역은 15층짜리 아파트와 상가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다. 식당·카페도 즐비할 만큼 개발이 됐다.

조 시장은 “1975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당시 양평 양수리는 면 소재지라는 이유로 지정에서 제외하고, 남양주 조안은 면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불합리한 상수원 주변 지역 규제가 4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안 지역은 병원과 약국, 문방구, 치킨집, 짜장면집, 미용실 하나 없는 낙후된 지역이 됐다”고 했다. 조안면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는 고도처리공법을 활용해 팔당호 수질보다 우수한 수준으로 관리 중인 만큼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남양주시는 주장한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조안면 주민 4명 중 1명(870명)은 전과자다. 2016년 검찰 단속 때 음식점 84곳이 불법 영업으로 문을 닫으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경우도 있었다. 2017년에는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일어났다.

정부는 1975년 7월 9일 남양주·광주·양평·하남 일원에 여의도 면적의 약 55배에 달하는 158.8㎢를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26%인 42.4㎢가 조안면 일대다. 조안면 주민들은 “면 전체 면적의 84%인 팔당 보호구역을 수질에 대한 영향이나 과학적인 고려 없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한다.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남양주시도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용석만 남양주시 환경국장은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주민 요청에 대해 법조계 조언을 받은 결과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가 지방자치권과 시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팔당호=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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