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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위로만 시선 집중 ‘코로나 패션’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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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라다 2021년 봄여름 컬렉션 쇼에 선 모델들. 얼굴 바로 밑, 쇄골 중앙에 크기를 키운 로고를 배치했다. [사진 프라다]

프라다 2021년 봄여름 컬렉션 쇼에 선 모델들. 얼굴 바로 밑, 쇄골 중앙에 크기를 키운 로고를 배치했다. [사진 프라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에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는 로고나 장식을 허리 위로 끌어 올린 ‘웨이스트 업’(허리 위) 패션이다. 재택근무·화상회의 등 화면으로 일하고 또 만날 수밖에 없어지다 보니 상체 패션이 하체 패션보다 훨씬 중요해졌고, 이를 포착한 패션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상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시대상을 반영한 패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하의는 심플 #상의는 최대한 풍성하고 튀게 #프라다, 로고를 쇄골 중앙 배치 #화상통화 상반신만 나온 광고도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다. 지난 9월 열린 밀라노패션위크에서 프라다는 2021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상징하는 역삼각형 로고의 크기를 2배 이상 키웠다. 로고 위치도 눈에 잘 띄는 얼굴 바로 밑, 쇄골 위치로 옮겼다.

한국 패션 브랜드 ‘팔레트’는 이번 겨울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아예 화상 통화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 팔레트]

한국 패션 브랜드 ‘팔레트’는 이번 겨울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아예 화상 통화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 팔레트]

이를 본 외신들은 앞다퉈 ‘프라다 로고의 의미’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BBC는 “패션 브랜드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화상 통화를 위한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밀라노·런던패션위크도 장식이 많이 달린 네크라인(옷의 목 부분)과 편안한 바지로 구성된 ‘웨이스트 업’ 패션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선데이타임스의 패션 디렉터 제인 맥펄란드는 “올해는 웨이스트 업 패션의 해였다”며 화상회의로 인한 상의 패션 부각을 소개했다. 패션지 보그는 “2020년 많은 디자이너가 과장된 어깨 같은 허리 위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프로엔자 슐러(왼쪽)와 자끄뮈스의 컬렉션.

프로엔자 슐러(왼쪽)와 자끄뮈스의 컬렉션.

프라다 외에도 상의에 힘을 준 패션을 선보인 브랜드는 여럿 있다. ‘프로엔자 슐러’는 상의는 벨벳 원피스나 몸에 딱 달라붙는 호피 무늬 티셔츠를 입고 하의는 펑퍼짐한 오버사이즈 팬츠를 매치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넓은 밀밭을 컬렉션 무대로 삼은 ‘자끄뮈스’도 하트 모양으로 천에 구멍을 내거나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은 셔츠를 모델에게 입히는 등 허리 위 디자인에 집중했다.

웨이스트 업 패션은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다양한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하의는 편하게, 상의는 갖춰 입는 스타일도 웨이스트 업 패션의 일종이다. 올해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조거팬츠 등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고, 또 밖에 나갈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하의는 편안한 것을 입게 된다. 반면 상의는 몸매가 잘 드러나거나 화려한 색상, 또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택한다.

화상 회의 화면에서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주얼리가 잘 팔리는 것도 같은 영향이다. 글로벌 패션 검색 엔진 ‘리스트’(Lyst)의 케이티 루빈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를 정리한 패션 동향 보고서를 내면서 “집에 머무는 쇼핑객은 허리 위부터 차려입고 싶어한다. 덕분에 화상 통화 시 반짝임을 더해주는 귀걸이, 브로치, 프린트 스카프 등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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