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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게임하고 영화 보며 ‘또 다른 생명’ 인공지능 이해해봤죠

중앙일보

입력

SF2020 포토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가운데) 로봇공학자와 포즈를 취한 김수안(왼쪽)·김률희 학생기자.

SF2020 포토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가운데) 로봇공학자와 포즈를 취한 김수안(왼쪽)·김률희 학생기자.

 “SF의 상상력으로 과학의 미래를 그리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SF(Science Fiction·과학 소설) 축제 ‘SF2020’(제10회 SF미래과학축제)이 11월 6~15일까지 10일간 진행됐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 10년간 열린 SF미래과학축제에서 ‘멸종 그리고 진화’ ‘과학이 도전하는 SF' ’미래가 현실이 되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는데요. SF2020의 화두는 ‘또 다른 생명체(Another Living Thing)’입니다.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또 다른 생명체로 정의하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미래에는 이를 단순한 기계가 아닌 감정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죠.

‘SF가상체험’에서는 마인크래프트 속 국립과천과학관 맵에서 다양한 SF미션게임을 수행하며 인공지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SF가상체험’에서는 마인크래프트 속 국립과천과학관 맵에서 다양한 SF미션게임을 수행하며 인공지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과학 꿈나무를 설레게 할 다양한 즐길거리는 여전했어요. 11월 6일 오픈한 ‘SF가상체험’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구축한 인공지능 관련 가상게임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속 국립과천과학관 맵에서 SF미션게임을 진행하며 쉽고 재미있게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죠. 과천국립과학관 맵 상설전시관 로비에서 시작해 안드로이드·사이보그·헬프로봇 NPC(Non-player Character·게임 진행 도우미)의 특성이 반영된 미니게임이 펼쳐집니다. 기계 거주 지역에서는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 중 인간 찾기, 몸의 여러 곳을 기계로 바꿔가며 장애물 피해 목적지 도달하기, 로봇의 도움을 받아 농작물 재배·판매 등 다양한 미니게임을 수행해요. 생·명·체 세 글자를 수령하면 비밀공간이 열리고 관장님을 만날 수 있죠. 인간 거주 지역에서는 SF 관련 OX 퀴즈를 풀고 삼각플라스크를 획득하면 상점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부품을 주워 펫 생성도 가능하죠. 축제 기간 중 한시적으로 게임을 운영하지만, 축제 종료 후에도 맵은 유지됩니다.

‘SF스토리체험’은 고호관 SF작가와 송예환 디지털 아티스트가 공동작업한 모바일 북입니다. SF2020 홈페이지에서 링크를 클릭하면 여러분은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선 소설 속 주인공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소중 친구들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결말도 달라지죠.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SF포럼’이 제격입니다. 10명의 과학자와 SF작가가 인공지능 로봇과 외계생명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죠. ‘인간과 로봇: 그 오묘한 경계선에 서서’ ‘지구 생명체와 외계 생명체: 의외의 공통점’ 등 세션별로 30명의 온라인 방청단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어요. ‘SF상담소’에서는 김창규·곽재식·해도연·김보영·정도경 등 5명의 국내 스타 SF작가와 줌(ZOOM)을 통해 1:1 비대면 대화를 나눴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SF창작에 관련된 궁금증까지 모든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영상,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웹 소설, 만화·웹툰 등 다섯 부문에서 최고의 SF작품으로 선정된 2020년 ‘SF어워드’ 대상작들. [국립과천과학관]

영상,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웹 소설, 만화·웹툰 등 다섯 부문에서 최고의 SF작품으로 선정된 2020년 ‘SF어워드’ 대상작들. [국립과천과학관]

올해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SF어워드’도 열렸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국내 최대 규모의 SF어워드로, 매년 영상,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웹 소설, 만화·웹툰 등 다섯 개 부문에서 그해 최고의 작품을 선정합니다. 올해에는 이연지 감독의 ‘불면증 소년’(영상),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장편소설), 아밀 작가의 ‘라비’(중·단편소설), 흉적 작가의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웹 소설), 마사토끼·ASURA 작가의 ‘왓치가이’(만화·웹툰)가 각각 대상의 영예를 안았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11월 6일 막을 연 국내 최대 SF 과학축제 ‘SF2020’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라이브인 시어터(Drive-in Theater)’ 형식으로 ‘SF시네마토크’가 진행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11월 6일 막을 연 국내 최대 SF 과학축제 ‘SF2020’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라이브인 시어터(Drive-in Theater)’ 형식으로 ‘SF시네마토크’가 진행됐다.

그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진행되는 행사가 있다고 해 김률희·김수안 학생기자가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았습니다. ‘SF시네마토크’는 SF영화를 보고 영화 관련 과학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드라이브인 시어터(Drive-in Theater)' 형식으로 열렸죠. 각자 차에 탄 채 500인치 대형 야외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관람해 안전했어요. ‘엑스 마키나’(2015) ‘A.I.’(2001) ‘알리타: 배틀엔젤’(2018) ‘아이, 로봇’(2004) 등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가득했습니다.

생애 첫 자동차극장을 찾은 김률희(왼쪽)·김수안 학생기자가 차 안에서 ‘로봇, 소리’를 감상하고 있다.

생애 첫 자동차극장을 찾은 김률희(왼쪽)·김수안 학생기자가 차 안에서 ‘로봇, 소리’를 감상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택한 영화는 ‘로봇, 소리’(2015)예요. 영화가 시작되자 률희·수안 학생기자는 팝콘을 먹는 것도 잊고 빠르게 몰입했죠. 2003년 대구에서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채수빈)가 실종됩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헤매는데요. 모두가 포기하라고 할 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소리는 목소리를 통해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죠. 해관은 소리가 기억해내는 유주의 목소리를 따라 딸의 흔적에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라진 로봇 소리를 찾기 위한 무리의 감시망 역시 빠르게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해관과 소리는 유주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오준호(오른쪽) 로봇공학자가 영화 ‘로봇, 소리’ 상영 후 SF시네마토크 참여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준호(오른쪽) 로봇공학자가 영화 ‘로봇, 소리’ 상영 후 SF시네마토크 참여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봇 소리가 너무 귀엽고 불쌍해요.”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스크린이 꺼지자 학생기자단의 감상이 터져 나왔습니다. 곧바로 KAIST 교수이자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 소장인 오준호 로봇공학자와 시네마토크가 이어졌죠. 시네마토크는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어요. “질의응답에 앞서 현재 개발된 로봇의 종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게요. 우선 소셜 로봇(Social Robot)은 언어·몸짓 등 사회적 행동으로 사람과 교감하고 상호 작용하는 자율 로봇을 말합니다. 물리적인 일을 하는 산업용·서비스 로봇과 달리 사람처럼 대화하고 정서적으로 소통하죠. 인공지능(AI), 빅 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 기술이 융합된 로봇입니다.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은 인간 대신 작업현장에서 노동을 행하는 로봇이고요. 서비스 로봇(Service Robot)은 산업용에 한정됐던 로봇을 청소·오락·간병·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 거죠.”

SF시네마토크에서 질문을 하고 싶다면 차량 비상등을 ‘깜빡’ 켜면 된다. 김률희(위 사진)·김수안 학생기자가 ‘로봇, 소리’를 감상한 후 오준호 로봇공학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SF시네마토크에서 질문을 하고 싶다면 차량 비상등을 ‘깜빡’ 켜면 된다. 김률희(위 사진)·김수안 학생기자가 ‘로봇, 소리’를 감상한 후 오준호 로봇공학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오 로봇공학자의 설명이 끝난 뒤 소중 학생기자단은 “궁금한 점 있어요” 외치는 대신 차량 비상등을 ‘깜빡깜빡’ 했어요. 진행자가 마이크를 전달하자 률희 학생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영화 ‘로봇, 소리’ 속 소리 같은 로봇이 존재하나요?” “답은 ‘네’이기도 하고 ‘아니오’이기도 합니다. 유사한 기술이 쓰이긴 하지만, 영화 속 로봇처럼 완벽하진 않거든요. 현재 소리 정도 수준의 로봇은 존재하지 않아요. 많은 과학자가 더 향상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사람과 대화하는 로봇도 있고, 사람의 명령에 반응하는 로봇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인지한 후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은 없어요. 그나마 로봇 소리와 비슷한 로봇을 찾자면요. ARS(Automatic Response Service·자동응답시스템)를 꼽을 수 있겠네요. 음성으로 된 각종 정보를 기억장치에 저장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과천국립과학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SF시네마토크 현장. 질문하는 김률희(위 사진)·김수안 학생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과천국립과학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SF시네마토크 현장. 질문하는 김률희(위 사진)·김수안 학생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로봇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로봇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나요?” 수안 학생기자가 물었죠. “모든 과학 기술은 그 기술의 양면성을 고려해 개발합니다. 특정 기술이 세상에 노출됨으로써 유용한 점, 악용될 가능성, 악용될 경우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죠. 예를 들면 인터넷뱅킹이라는 기술을 개발하며 해킹을 막는 기술, 암호화 기술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로봇을 악용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니까요. 로봇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죠?”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크게 발전하며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거나 인간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죠. 이에 대해 오 로봇공학자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어요. “로봇의 음성 인식률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에요. 일부 과학자들은 70~80% 정도라고 말하기도 하죠. 로봇이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직 말을 못 알아듣는 겁니다. 영화처럼 로봇이 사람의 명령대로 행동하거나, 스스로 가치 판단을 내려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건 현재로썬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혹시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그건 자아 때문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일 겁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SF2020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었어요. 생애 첫 자동차극장에서 박수·환호 대신 차량 비상등을 깜짝이고 경적을 울리는 경험도 색달랐죠. 과학 지식 습득뿐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10일이었습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률희(서울 성동초 5)·김수안(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과학축제 SF2020에 다녀왔어요. 자동차극장에서 ‘로봇, 소리’라는 영화도 보고, 우리나라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 로봇공학자와 시네마토크도 나눴죠. 다양한 로봇과 현재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최근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했는데, ‘SF가상체험’을 통해 국립과천과학관 맵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내년에는 오프라인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이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김률희(서울 성동초 5) 학생기자

평소 과학은 좋아하지만, 로봇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요. SF2020에서 영화도 보고 오준호 로봇공학자와 시네마토크도 나누며 조금이나마 지식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영화 ‘로봇, 소리’는 도청 기능이 있는 인공위성을 주인공이 우연히 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요. 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와 함께 잃어버린 딸을 찾아 떠나죠. 로봇 소리는 귀여웠지만, 실제로 그런 인공위성이 존재해 우리의 통화 내용을 모두 엿듣고 있다면 조금 섬뜩하고 무서울 것 같아요. ‘좋은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았으면’ 생각했습니다.  김수안(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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