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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몸으로 갚아라" 17살 협박한 육군 소령…法 "간음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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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뉴스1]

[연합뉴스·뉴스1]

육군 소령 A씨(36)는 지난해 7월 자신을 17살로 소개한 B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조건만남 메시지를 보고 연락했다. 2회 성매수의 대가로 돈을 건넸지만 B양이 한 차례만 응하자 그는 자신이 건넨 돈 전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는 한 내 돈 먹고 튀면 큰 책임을 질 거다” “떼먹은 거 알아서 몸으로 갚게 될 거다” 등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그러다 B양이 “50만원을 급하게 빌린다”는 글을 SNS에 올리자 A씨는 돈을 빌려줬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매일 나눠서 돈을 갚고, 그렇지 않으면 이자 명목으로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B양은 돈을 빌렸고, A씨는 이때부터 계속 성관계를 요구했다. 통화를 시도해 받지 않으면 B양의 집 앞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B양 부모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계 등 간음은 무죄‧성매수는 유죄

고등군사법원은 A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위계를 이용한 간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서 말하는 ‘위계를 이용한 간음’이라는 건 간음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위력을 행사해 자유의사를 제압하고, 이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즉 폭행‧협박뿐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B양이 원하지 않더라도 성관계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 간음한 것을 뜻한다.

고등군사법원은 “A씨가 성매매 또는 지연이자 명목으로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를 정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A씨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 실제로 간음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B양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군사고등법원은 A씨에게 청소년 성보호법에 관한 성매수 혐의만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 “원심이 잘못했다”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군사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한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꼭 ‘간음행위’ 자체만을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전적 대가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간음행위의 동기를 갖게 하는 것도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고 단순히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해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다 성립하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 중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되는 중요한 부분이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게 드러나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메시지 중 연체를 이유로 성교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돈을 갚는 것과 성교행위 중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건 변제 능력이 없는 B양에게 성교행위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2심과 달리 A씨가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는 B양이 자신의 요구에 응하면 곧바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정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봤다. 대법은 “이러한 사정이 있는데도 원심은 위계 등 간음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으니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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