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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다시 美가 세계 리드" 中 긴장케한 바이든 기고문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시대를 맞아 중국이 주목하는 한 편의 기고문이 있다.

올초 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실어 #①미국과 동맹국이 규칙 제정 #②산업·기술에선 중국에 강경 #③비핵화·보건·환경은 중국과 협력

올해 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외교정책과 관련해 기고문을 실었다. 제목은 '왜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해야만 하는가-트럼프 이후의 미국 외교정책 구출'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외교 전략에 대해 기고한 글이 중국 내에서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외교 전략에 대해 기고한 글이 중국 내에서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신징바오 등 중국 언론은 기고문에 실린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3가지로 요약하며 분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그가 내년 1월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3가지 정책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규칙 제정▶미래 기술·산업에선 대중국 강경책▶기후변화·세계보건에선 대중국 협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올해 3~4월 포린 어페어스에 미국의 외교 정책에 관한 기고문을 실었다. [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올해 3~4월 포린 어페어스에 미국의 외교 정책에 관한 기고문을 실었다. [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 캡처]

①"규칙은 미국이 만든다…세계 경제 절반은 美+동맹국"

바이든이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규칙을 제정하는 입장에 선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미국은 동맹국과 합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합체로서 환경·노동·무역·기술 및 투명성 관련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해 중국 측은 바이든이 언급한 GDP 비중이 '희망 섞인 예상'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은 기고문에서 세계통화기금(IMF)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이 전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고, 다른 동맹국 GDP와 합산한다면 전 세계의 50%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은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6.2%에서 2025년 18.1%로 확대되는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24.1%에서 21.9%로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 [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 [AP=연합뉴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선 미국 경제는 물론, 동맹국 경제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중페이텅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및 세계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동맹국 GDP까지 줄어든다면 바이든이 말하는 50%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 세계 GDP의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잡은 목표치 50%도 과거 미국 등 서구권의 전성기를 생각하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 경제 전망에 관해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은 "중국 경제는 코로나 19 사태에도 향후 5년간 연평균 5~5.5%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채택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2032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정책 최우선 목표 '중산층' 

미·중 경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바이든은 '중산층'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2018년 기준 미국 중산층은 약 1억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2018년 기준 4억명으로 추산됐는데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은 2025년 이 수치가 5억 6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1950년대 전 세계 중산층의 90%가 유럽과 북미에 거주했고 중산층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세계 최대 중산층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 정육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 정육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중산층도 덩달아 늘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중산층(여유 자산 5만~50만 달러를 보유한 계층으로 정의)이 미국의 경우 2000년 7910만명에서 2015년 9200만명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중국 중산층은 7050만명에서 1억 900만명으로 늘어 미국을 앞질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2년 유럽발 금융위기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아서다.

한편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으로 정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올해 미국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51%(1억 6700만명)이며, 중국은 전체의 48%인 6억 6800만명으로 추산된다.

②"미국은 중국의 미래 기술 발전 주도 저지"

바이든 당선인은 기술·산업 측면에선 중국에 강경하게 나설 것을 먼저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이 제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 재산을 계속 빼앗을 것이고,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국유기업에 불공정한 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미래 기술 및 산업 발전 주도를 저지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바이든은 "청정에너지·양자 컴퓨팅·인공지능·5G 통신·고속철도·암(癌) 종식 경쟁에 있어 다른 나라에 뒤처질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연구대학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수의 노동자와 혁신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페이텅 연구원은 기술·산업 강국을 향한 ‘중국 굴기’를 저지하려는 바이든의 두 번째 정책을 중국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인훙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도 환구망에 "중국 연구자에게 스파이 의혹을 제기했던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가했던 압박을 바이든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런 면에선 바이든과 트럼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중국 인민대학 홈페이지]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중국 인민대학 홈페이지]

③"비핵화·기후변화·보건 이슈는 협력"

물론 중국과 협력할 여지도 남겨뒀다. 바이든은 "미국은 기후변화, 비핵화 및 세계 보건 등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영역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인훙 교수는 "바이든은 중국과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에 양국 외교의 단절을 막기 위한 지도층 간의 소통과 대화를 중시할 것"이라고 짚었다. 텅쉰망은 "바이든은 중국에 대해 포용할 것은 포용하는 동시에 압박을 가할 때는 압박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페이텅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차이나 골드 이글(CGE) 평화개발 재단 홈페이지]

중페이텅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차이나 골드 이글(CGE) 평화개발 재단 홈페이지]

중페이텅 연구원은 "동맹국을 언급한 첫 번째 정책은 바이든의 새 정책이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를 탈피해 ‘다자주의’로 돌아설 것을 시사하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세 번째 정책은 미·중 이익이 교차하는 영역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 '여기' 다 있네..

바이든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중국이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전례 때문이다. 1947년 7월 냉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외교관 조지 캐넌은 익명으로 기고한 '소련 행태의 근원'에서 미국 정부가 현실주의에 근거하여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냉전을 불러왔다.

1967년 10월 포린 어페어스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이후의 아시아'라는 글을 기고한다. 그는 고립 없는 봉쇄정책을 내세우며 “10억 인구의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 주장했다. 결국 이것이 바탕이 되어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과 역사적인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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