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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기기괴괴 성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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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조경훈 감독의 ‘기기괴괴 성형수’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강한 장르성을 지녔다. 오성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종의 도시 괴담으로, 단순히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것을 넘어, 육체에 대한 인간의 기괴한 욕망을 파고든다. 인간의 몸을 자유자재로 빚어낼 수 있는 기적의 성형수. 예지는 이것을 통해 날씬하고 예쁘게 다시 태어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이 된다. 하지만 과거 자신의 ‘추했던’ 모습은 악몽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와 ‘아름다운’ 현재를 위협한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기기괴괴 성형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한 겹의 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경구를 공포의 서사로 변형시킨다. 표면적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끝을 알 수 없고, 예지는 충분히 예뻐졌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성형수를 과용하고, 그 욕심은 결국 피부를 파고들어 가 죽음 직전의 상황까지 이끈다. 욕조에서 성형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예지의 모습은, 마치 용광로에 빠진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지옥의 스펙터클이다.

그러나 예지는 여기서 멈추지 못한다.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회복된 그는 다시 강박적으로 미모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은 희생되며 자신도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기기괴괴 성형수’는 교훈이나 가르침을 전하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엔, 엄연한 현실과 섬뜩한 판타지가 뒤엉킨 기묘한 이야기가 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