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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괴물’ 정태욱, 194㎝ 철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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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A매치 데뷔전을 앞둔 장신 수비수 정태욱은 ’팀 승리를 위해서 뒤에서 헤딩, 몸싸움 등 궂은 일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A매치 데뷔전을 앞둔 장신 수비수 정태욱은 ’팀 승리를 위해서 뒤에서 헤딩, 몸싸움 등 궂은 일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덩치 큰 공격수와 붙어도 끄떡없어요. 한국 수비수의 힘을 보여줘야죠.”

A매치 데뷔 앞둔 차세대 센터백 #아시안게임, U-23대회 우승 주역 #K리그 수비 전 부문서 최정상권 #멕시코 히메네스 전담수비 전망

국가대항전(A매치) 데뷔를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정태욱(23·대구FC)은 자신감이 넘쳤다. 별명인 ‘피지컬 괴물’처럼, 시원시원했고 여유로웠다. 7일 만난 정태욱은 “(손)흥민이 형이나 (황)희찬이 형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함께 뛴다. 떨 이유가 없다. 동료를 믿고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5일 멕시코, 17일 카타르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 국내에서 A매치가 열리지 못하자, 대한축구협회는 해외원정을 추진했다.

정태욱(오른쪽)이 제공권에서 밀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정태욱(오른쪽)이 제공권에서 밀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대표팀(A팀) 발탁은 처음. 그래도 정태욱은 믿음직스럽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올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두 대회 모두 우승했다. 프로에선 데뷔 3년 만에 정상급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인터셉트 1위(경기당 2.1회), 공중볼 경합 성공 2위(4.4회), 클리어링 2위(3.8회), 차단 2위(6.1회) 등 K리그1 수비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이다. 홍정호(31·전북 현대), 권경원(28·상주 상무) 등과 견줘도 손색없다. 전문가들은 그를 차세대 국가대표팀 대표 센터백으로 손꼽는다.

 정태욱(왼쪽)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는 '수트라이커' 본능도 갖췄다. [연합뉴스]

정태욱(왼쪽)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는 '수트라이커' 본능도 갖췄다. [연합뉴스]

최강점은 우월한 체격(1m94㎝·92㎏)을 앞세운 제공권이다. 스키 선수 출신 아버지 정연호(55)씨가 1m84㎝,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어머니 황청윤(51)씨가 1m72㎝다. 정태욱은 또래보다 키(1m66㎝)가 한참 컸던 안양초 6학년 때부터 헤딩을 집중적으로 연마해 일찌감치 ‘공중볼 달인’이 됐다.

큰 키가 전부는 아니다. 조광래 대구 대표는 “발도 빠르고 패스도 잘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 시즌 초반 대구 수비의 구심점 홍정운(26)이 부상으로 빠지자, 정태욱이 스리백을 리딩했다. 빌드업까지 해낸다. 승부처에선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로도 변신한다. 올림픽 최종예선 결승전 사우디전에선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는 “유럽 수비수들은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도 잘한다. 조바심내지 않고 찬스가 된다면 골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광래 대구 대표는 "정태욱이 발도 빠르고, 패스도 좋다"고 평가했다. 김상선 기자

조광래 대구 대표는 "정태욱이 발도 빠르고, 패스도 좋다"고 평가했다. 김상선 기자

정태욱은 A매치 데뷔전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대표팀 부동의 중앙 수비수 김영권(30·감바 오사카)과 김민재(24·베이징 궈안)가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 일정을 치러야 하는 소속팀에서 대한축구협회에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유럽 원정을 다녀오면 일본의 경우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므로 구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거부할 수 있다. 백업 센터백 박지수(26·광저우 헝다)도 같은 이유로 빠졌다.

첫 경기 상대 멕시코에는 세계적인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29·울버햄턴)가 버티고 있다. 히메네스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을 터뜨렸다. 키 1m90㎝에, 몸싸움이 좋고 발재간도 갖췄다.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에게도 버거운 존재다. 현재 대표팀 전문 센터백 자원은 정태욱과 권경원, 그리고 대체 발탁된 정승현(26·울산 현대) 등 3명이다.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히메네스 견제를 수비수 가운데 가장 큰 정태욱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 정태욱은 “아시아 수비수는 작고 빠르다는 편견이 있다. K리그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아시아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겠다. 언제 나가도 잘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은 10일 이재성(28·홀슈타인 킬)과 정승현이 합류하면서 모두 모였다. 11일에는 합류가 늦은 두 사람을 뺀 23명이 함께 훈련했다. 손흥민(28·토트넘), 이강인(19·발렌시아) 등 소집 직전까지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훈련을 짧게 마쳤다. 대표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장과 숙소만 오가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선수들 분위기는 활기차고 좋다. 벤투 감독이 미팅에서 ‘답답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똘똘 뭉쳐서 잘 해보자’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심 수비수 불참에 대해 “벤투 감독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시즌 내내 K리그 경기를 지켜보며 정태욱 등을 뽑았다. 대표팀에서도 잘할 거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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