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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억 피해' 군포 화재…담배꽁초 던진 튀니지인 무죄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35분 경기 군포시 군포물류센터 E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밖으로 검은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35분 경기 군포시 군포물류센터 E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밖으로 검은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630억원 규모 피해를 낸 경기 군포물류센터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튀니지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허문희 판사는 중실화(重失火·중대한 과실로 인한 실화) 혐의로 기소된 튀니지인 A(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10분쯤 경기도 한국복합물류 군포터미널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옆 건물 E동에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약 26시간 타오른 불은 연면적 3만8000여㎡ 건물의 절반 이상과 입주 업체 8곳의 가구·의류 등 상품을 태웠다. 재산 피해 규모만 630억원. A씨는 사건 발생 2개월 전인 지난 2월부터 E동에 입주한 모 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발화 시점으로 추정되는 사건 당일 오전 7시 30분부터 피고인이 담배꽁초를 버린 오전 10시 1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A씨 외에 4명이 발화지점 부근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렸다. 이에 대해 허 판사는 “피고인의 흡연시각과 (같이 담배를 피운 이들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람들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불씨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를 발화지점으로 던졌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허 판사는 “피고인은 담뱃불을 모두 털고 필터만 던졌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장면 외에 담배꽁초를 터는 모습이 카메라 각도에서 촬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판사는 “발화지점에 다른 담배꽁초도 있는 등 피고인이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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