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성과 낼때, 한국은 환자 못구해 러시아 원정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11 00:04

업데이트 2020.11.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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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항체 결함력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항체 결함력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 셀트리온]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구하지 못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 성과, 한국은
국내 확진자 수 외국보다 적고
임상시험 인식 낮아 참여율 저조
경증환자 병원 밖 격리, 활용 안 돼
정부, 임상시험 자발적 동참 독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인 ‘CT-P59’의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갔다. 시험 인원을 300명으로 설정했는데 현재 52명만 신청했다. 필요한 인원의 6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한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종근당도 사정이 비슷하다. 종근당은 지난 7월 치료제 ‘CKD-314’(나파모스타트)의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러시아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 환자를 금세 모집해 2상 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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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은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는 16건이다. 이 중 11건이 임상 2상과 3상 시험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나머지 5건은 임상 1상 시험을 하고 있다.

임상 1상 시험에선 개발 중인 신약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임상 2상 시험은 치료 대상 환자에게 신약을 투여해 효과를 탐색한다. 임상 3상 시험은 2상 때보다 많은 환자에게 신약을 투여해 안전성과 효과를 확실히 증명하는 단계다.

서경원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임상시험 단계부터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리제네론 등은 임상 2상 시험을 끝내고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약을 사용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는 하루 100명 안팎이다. 미국에선 하루 10만 명 이상 쏟아진다. 그만큼 국내에선 임상시험에 참여할 코로나19 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의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어렵다. 방역지침에 따라 경증 환자는 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참여를 낯설게 여기는 정서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범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지원한다. 유주헌 범정부지원위 총괄팀장은 “임상시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기회인데 한국은 임상시험 문턱에 멈춰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임상시험의 안전성을 알리고 생활치료센터와 지방의료원에서도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복지부 산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코로나19 임상시험 사이트(COVID19.koreaclinicaltirals.org)를 개설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유 팀장은 “코로나19 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을 농축하거나 항체를 선별해 만드는 만큼 안전하다”며 “국민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임상시험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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