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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우려 있다" 손정우 구속한 법원…6개월 새 뒤집힌 판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6개월 전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피의자(손정우)가 주요 피의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기본적인 증거도 수집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손씨에 대해 범죄수익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심문 절차에 출석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정한 주거가 있고 ▶관련 사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기각한 이유로 밝혔다.

“원칙 따른 판단” VS. “국민 법감정 무시”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앞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앞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결정과 관련해 법조계 판단도 엇갈렸다.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는 “그동안 죄질이 안 좋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많지만, 범죄수익 은닉죄의 경우 구속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불구속 재판 원칙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원칙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나 경찰이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본인도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손씨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씨의 범죄 행위의 심각성·중대성을 더 많이 살폈어야 한다. 증거 은닉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긴 하지만 사안이나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당연히 손씨가 구속될 줄 알았는데 재판부 판단은 이례적”이라며 “손씨의 아버지가 고발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안 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응분의 대가는 치르게 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싶다.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월 전 구속적부심선 “도주 우려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의 모임인 edn(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의 모임인 edn(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6개월 전 미국 송환 여부 심사를 앞두고 손씨가 낸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재판부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손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채우고 형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송환 절차를 밟아 재구속됐다. 당시 손씨는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5월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ㆍ장철익ㆍ김용하)는 “청구인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손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승재현 연구위원은 “당시와 지금은 상황 자체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구속적부심 심사는 미국으로 송환되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형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손씨가 미국에 가지 않으려고 도망갔을 우려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이미 미국으로 송환이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손씨가 도망갈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손씨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원 부장판사의 신상을 공개하며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성착취물에 대해 법원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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