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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매·노화가 불안정 수면 유발하는 원인' 수학으로 밝혔다

중앙일보

입력

 세포 내 PER 단백질의 양은 24 시간 주기로 증감한다 . 이 24 시간 주기의 PER 리듬이 시계 역할을 하여 수면을 포함한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 작용의 시간을 결정한다 .[자료 KAIST]

세포 내 PER 단백질의 양은 24 시간 주기로 증감한다 . 이 24 시간 주기의 PER 리듬이 시계 역할을 하여 수면을 포함한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 작용의 시간을 결정한다 .[자료 KAIST]

사람은 어떻게 잠이 들까.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을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체시계는 오후 9시쯤이 되면 뇌 속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해 일정 시간에 수면에 들게 한다.

KAIST 김재경 교수 연구팀

문제는 수면이 일정하지 못하고 불안정할 때다. 이에 대해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이주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비만과 치매·노화가 어떻게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지를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PER 단백질의 세포 내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모형 . [자료 KAIST]

PER 단백질의 세포 내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모형 . [자료 KAIST]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영 등 3명은 'PER 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생체시계의 핵심 원리임을 밝혔다. PER 단백질은 포유류의 일주기 리듬을 통제하는 핵심 단백질로, 세포질에서 핵 안으로 들어가 자기 자신의 DNA 전사(transcription)를 조절한다. 이로 인해 세포 내 PER 단백질의 농도는 24시간 주기로 변화한다.

하지만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세포 내 환경에서 '어떻게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핵 안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오랫동안 생체시계 분야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는 서울 각지에서 출발한 수천 명의 직원이 혼잡한 도로를 통과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도 같은 문제다.

김 교수 연구팀은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분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PER 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충분히 응축돼야만 동시에 핵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비만 등으로 PER 단백질의 핵 주변 응축을 방해하는 지방 액포와 같은 물질들이 새포 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면 세포질이 혼잡해진다. 이로 인해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이 유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세포질 혼잡 해소가 수면 질환 치료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수면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 된 시간에 따른 세포 내 PER 단백질의 움직임. 인산화가 완료되지 않은 PER 단백질 ( 주황색 ) 가 세포핵 주위에 계속해서 응축된다 (i). 이렇게 응축된 PER 단백질이 일정량 이상이 되면 함께 인산화되고 ( 보라색 ) (ii) 함께 세포핵 속으로 들어간다 (iii). [자료 KAIST]

시공간적 확률론적 수리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 된 시간에 따른 세포 내 PER 단백질의 움직임. 인산화가 완료되지 않은 PER 단백질 ( 주황색 ) 가 세포핵 주위에 계속해서 응축된다 (i). 이렇게 응축된 PER 단백질이 일정량 이상이 되면 함께 인산화되고 ( 보라색 ) (ii) 함께 세포핵 속으로 들어간다 (iii). [자료 KAIST]

김 교수는 "비만·치매·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밝힌 연구ˮ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수면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ˮ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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