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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집안’?…테마주만 난무했던 경영계 바이든 인맥 가뭄

중앙일보

입력

승리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EPA=연합뉴스

승리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EPA=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승리 선언을 하면서 한국 기업인 인맥에 대한 관심이 경영계에서 커졌다. 차기 미 정부의 무역정책 기조 등을 사전에 포착할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결론부터 짚으면 바이든 인맥은 ‘가뭄’ 상태라는 게 국내 주요 기업의 반응이다. 한 경영 단체 관계자는 8일 “국내 현역 최고 경영자(CEO)들은 대부분 바이든 다음 세대 인물이어서 직ㆍ간접적인 인맥 관계가 만들어질 계기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1942년생이다.

그나마 미 정계에 인맥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로는 류진(62) 풍산 회장이 꼽힌다. 군수 산업 특성상 미 정계와 교류해올 일이 많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류 회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 선언을 했던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친분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지지연설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류진→파월→오바마→바이든'으로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경영계에서 나온다.

류진(맨 앞줄 왼쪽) 풍산 회장의 2016년 모습. 중앙포토

류진(맨 앞줄 왼쪽) 풍산 회장의 2016년 모습. 중앙포토

다른 기업인과의 관계는 바이든 당선인의 출신학교를 바탕으로 예상해보는 수준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대 경제학과와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 때문에 이들 학교를 나온 CEO가 있는 회사들이 한때 ‘바이든 테마주’로 꼽히기도 했다.

델라웨어대 경제학과 출신 조인회(48) 대표의 자동차 시트·에어백 업체 두올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30살 차이가 나지만, 증권가에선 “조 바이든과 조인회가 같은 조씨 집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면서 대선 기간 내내 주목을 받았다.

바이든이 주요 경합 지역에서 패했다는 소식이 나온 4일엔 6%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가, 승기를 잡은 5일엔 한때 20%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6일 기준 주가는 전날보다 0.15% 떨어진 3430원이다.

시러큐스대 출신으로는 수산식품 업체 한성기업의 임준호(41) 대표가 있다. 임 대표는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 회사 주가도 4일 상승세로 시작했다가 오후엔 21%까지 하락했다.

한성기업의 크래미 몬스터크랩. 사진 한성기업

한성기업의 크래미 몬스터크랩. 사진 한성기업

5일 바이든이 승기를 잡으면서 전날 주가를 회복한 것도 두올의 흐름과 비슷했다. 6일 장 마감 가격은 전날보다 0.7% 떨어진 9930원이다.

바이든 인맥에 대한 중요성을 작게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ㆍ현대차ㆍLG 등 국내 기업들이 이전부터 미국에 반도체와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투자 고객인 셈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 여부를 살펴보기 전에 바이든이나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갑자기 만들어지긴 어렵겠지만, 학맥을 통해 연결성을 예측해보는 게 의미 없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 영향에 대해선 “트럼프 정부가 했던 것처럼 바이든 역시 자국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트럼프의 선거 결과 불복 소송 등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전 세계가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당선인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국제적 리더쉽 발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같은 날 "세계 경제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논평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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