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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깨고, 식물 키우고…코로나가 바꾼 1인가구의 삶

중앙일보

입력

1인가구 600만 시대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은 ‘나 혼자 산다’는 것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1인가구의 여가. 셔터스톡

1인가구의 여가. 셔터스톡

KB금융그룹이 8일 펴낸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는 절반 이상이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등 대체로 '팬더믹 이후의 삶'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8월부터 3주 동안 만 25~59세 1인가구 2000명에게 설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2년 전만 해도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았는데(60.8%가 비자발적 동기), 이제 그런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39.9%). 자발적으로 1인생활을 선택했다는 이들이 전체 1인가구의 42.5%를 차지했다.

1인생활 만족도 57%…'바로 귀가→집콕 여가'  

설문대상자의 57%는 '1인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지난해 만족도(61%)보다는 조금 줄었다. 공간·환경적 측면이나 여가 쪽의 만족도가 떨어진 탓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인 생활의 장점이 일부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보고서가 추정한 원인이다. 좁은 원룸 등 충분한 생활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혼자 산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답답함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혼자 사는 게 더 불편해졌다'는 이는 22.2%였다.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내용 중 일부. 9일부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내용 중 일부. 9일부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로도 이어졌다. 1인 가구 네 명 중 한 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실시된 재택근무를 경험했는데, 그 중 절반(51.5%)은 만족했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서(44%), 여가시간이 많아져서(17.5%), 집의 근무환경이 좋아서(15.8%) 등이다. 재택근무가 불만족이란 이들은 많진 않았지만(7.8%), 이유로는 능률 저하(45.6%)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집의 근무환경이 안 좋다(33.6%)는 점이 꼽혔다.

바깥 생활은 줄었다. 지난해에는 평일에 1인가구 열 명 중 일곱 명은 바로 귀가하지 않고 어딘가(음주·마트·운동시설·카페 등)에 들렀는데, 올해는 절반 정도가 '바로 귀가한다'고 했다.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여가의 비중을 늘리고 종류를 다양화했다. '집콕 여가' 1위는 넷플릭스 같은 TV·모바일 영상 시청이었지만, 온라인 쇼핑과 독서가 2·3위로 급부상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홈트레이닝이 늘었고, 여성을 중심으로 '식물 기르기'도 주목받았다. 보고서는 "1인가구의 경우 이미 실내 활동 위주의 생활을 하던 경우도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무리없이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주식투자 늘려' '예적금 깨 생활비로' 양극화된 지출

1인 가구는 한 달 평균 141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출이 늘어난 사람도 있었지만(28%), 줄인 사람도 많았다(34%). 줄인 사람은 25만원을 줄였는데, 식비와 여가에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늘린 사람은 평균 24만원을 늘렸는데, 저축·투자금액을 늘렸다.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최근 2030을 중심으로 주식 열풍이 분 건 그 결과다. 20대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자산의 5.5%만 주식에 투자해 비중으로는 전연령대 꼴찌였는데, 올해엔 13.3%로 늘어나 전연령대 중 주식투자자산비중이 가장 큰 세대가 됐다. 30대(8.8%→12.9%)와 50대(6.7%→11.4%) 1인가구도 주식 비중을 늘렸다.

예·적금을 깨서 생활비로 쓴 1인가구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 종류별 비중을 보면, 입출금·현금(MMF·CMA 포함)을 지난해보다 늘리고(16.1%→25.4%), 예적금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61.4%→47.4%).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월 지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그룹에서 예·적금을 해지하고 현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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