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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015B 장호일 "팀 해산하며 만든 '이젠 안녕' 성공으로 지금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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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9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그룹 015B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객원가수 시스템, 독특한 팀명, 감각적인 가사와 혁신적인 음악실험, 명문대 출신 멤버들, TV에 출연하지 않는 신비주의 등 당시 큰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룹이죠. 015B 데뷔 30주년을 맞아 멤버 장호일이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룹에 얽힌 비화들을 밝혔습니다.

015B가 데뷔 당시 화제가 됐던 요인 중 하나는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팀인 무한궤도 출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팀명 015B도 0=무(無)=0, 1=한, 5B=궤도(Orbit)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장호일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초창기 회사에서 홍보 거리를찾다 보니 무한궤도의 후예들이라는 후광으로 해보려고 했다”며 “그 홍보자료 때문에 그렇게 기억하는데 사실 정확하게 큰 뜻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 숫자와 알파벳을 붙여 작명하는 UB40나 B-52 같은 외국의 인기그룹이 있었다. 뭔가 암호 같기도 하고 신비로워보여서 우리도 이런 이름을 짓자고 만든 것”이라면서요.

015B의 많은 히트곡 중 가장 아끼는 가사로는 2집의 ‘이젠 안녕’을 꼽습니다.
이 노래는 지금도 졸업식이나 수련회 등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중 하나죠. 실제로 015B 역시 2집 음반을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이별을 준비하며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장호일은 “원래 그 노래를 만들 때는 이제 015B는 없고, 2집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회사는 신해철 솔로 데뷔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무한궤도 잔류 멤버인 우리는 1집을 기념 음반처럼 내고 멤버들이 흩어졌는데 자연스럽게 떠서 회사에서 마음이 바뀌어서 2집을 한 번 더 낸 것”이라며 “우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각자의 길을 가자며 노래 가사에 중간에 나오듯이 작은방에 모여 멤버들이 피아노를 치면서 파트를 나누고 같이 불렀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이젠 안녕’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죠.
장호일은 “저희 딴에는 끝이라 생각하고 헤어졌는데 2집이 뜨면서 회사에서 마음이 또 바뀌어서 다시 한번 저희에게 다시 콜을 했다”며 “끝이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끝이 아니었고 30년을 활동하는 시작점이 됐기 때문에 묘한 노래”라고 소개했습니다.

015B [중앙포토]

015B [중앙포토]

장호일의 본명은 정기원, 015B의 정석원과 친형제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데뷔 초부터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회사원으로서의 ‘이중생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당시에 광고회사(나라기획)에 막 취직이 됐는데 회사에서 말단 사원의 가수활동을 좋아할 리가 없지 않나”며 “신분을 속이기 위해 사촌 동생 이름을 따서 장호일이라는 예명을 만들고, 데뷔 초부터 선글라스를 썼다”고 고백했습니다.
"2집을 낼 때까지 신분을 감췄다"는 그는 "이후 015B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결국 회사에 소문이 났고, 사표도 냈는데 015B의 첫 CF를 그곳에서 찍게 돼 재밌었다”고 회고합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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