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장수비법 공개할게요"

중앙일보

입력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환자 보느라 정신이 없어요."

북한에서 한의사로 일하다 98년 탈북한 뒤 다시 남한에서 한의사 시험에 합격한 석영환(38)씨는 최근 서울 종로 5가에 한의원을 개업한 뒤 환자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다.

석씨가 북한 최고의 의학교육기관인 평양의학대학 고려학부에서 '동의학'(한의학)을 공부한데다 남북한에서 한의사 자격을 인정받은 인물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뒤에 김일성 장수연구소로 널리 알려진 동의과학원과 청암산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사회안전성 88호 병원에서 몇년간 군의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부친이 김정일 호위사령부에 계셨기 때문에 '가족주의'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청암산 연구소에는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98년 10월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강원도 철원 부근 휴전선을 건너 탈북한 그의 남한 정착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북한에서 인정받은 한의사라고 하더라도 남한에서 활동하려면 다시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야만 했기 때문.

석씨는 남북의 판이하게 다른 교육과정과 내용 등으로 인해 두차례의 시험에서 낙방했지만 3번째 도전에서 꿈을 실현, 올해초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정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성형외과.심장외과 전문의들과 함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드디어 한의원을 개업했다.

"만성 성인병에는 한의학이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급성 성인병이라면 우리 한의원 바로 옆에 심장외과가 있으니까 거기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구요."

지난해 결혼을 했다는 석씨는 요즘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부풀어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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