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의 상점들이 합판으로 가려지고 있다. '링컨의 나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풍경이다.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워싱턴 번화가의 많은 상점은 유리창을 합판으로 빈틈없이 막아놓았다. 선거 이후 발생할지도 모를 심각한 폭력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상점들은 작은 문만 여닫을 수 있게 한 상태다. 쇼핑을 나온 시민들은 생각지 못한 풍경에 적잖이 놀란다.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닌데 유리창을 합판으로 가린 모습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불안해하거나, 한편 신기해한다. 한 남성은 휴대전화로 합판 사진을 찍으며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주면 놀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심가뿐만 아니라 워싱턴DC 곳곳이 합판 천지다. 특히 은행들이 그렇고 약품을 비롯해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창가에 상품을 진열하는 의류점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상점도 미리 가림 장치로 막았다.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상점 유리창을 막은 건 워싱턴DC뿐만이 아니다.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링컨의 나라' 미국이 대선에서 폭력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대선 직후 트럼프 극성 지지자들이 개표 상황 및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그 과정에서 약탈을 비롯한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여론 조사상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개표 결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품위 있는 패자가 되겠냐”고 묻자 “나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캠프는 이에 대비해 최고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트럼프 불복 대처팀을 꾸리고 있다.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이 승복의 전통을 이어갈지, 폭력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지는 이들 후보에게 달려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