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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배럿 연방대법관 대선 전 취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 연방 순회 고등법원 판사의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안이 미 상원을 통과했다. 미 상원은 26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찬성 52 대 반대 48로 배럿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미 연방대법원 115번째 대법관으로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AFP=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 115번째 대법관으로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AFP=연합뉴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계획대로 대선이 열리는 11월 3일 전에 배럿의 인준 절차가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 취임 행사를 열고 “오늘은 미국과 미국의 헌법,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법치주의를 위한 중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배럿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고, 115번째 연방대법관이자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다. 그는 헌법에 선서하며 “정치적 선호에 관계 없이 헌법을 수호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美 대법원, 보수파 우위 확고  

지난달 18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이 별세하면서 연방대법관 인선 문제가 미 대선 국면에서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보수층 결집을 위해 대선 전 인준을 강행했다. 지난달 26일 배럿을 긴즈버그 후임으로 지명한 뒤 속도전을 벌였다. 이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후 당선자가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2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배럿 대법관 취임행사. 배럿 신임 대법관이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배럿 대법관 취임행사. 배럿 신임 대법관이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22일 배럿의 법사위원회 인준 표결까지 보이콧했지만 수적 열세로 역부족이었다. 법사위 다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은 표결을 단독 처리한 뒤 본회의에 상정했다.

본회의 역시 공화당 주도로 인준안은 무난히 통과됐다. 민주당 진영은 만장일치로 배럿 인준에 반대했다. 5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대선 전 대법관 임명에 반대해온 수잔 콜린스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원 의원 100명 중 찬성 52표로 과반을 넘겼다.

뉴욕타임스는 “대법관 후보자가 주요 야당으로부터 단 한장의 찬성표도 받지 못하고 인준안을 통과한 건 151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선 결과에 미칠 변수는?   

배럿은 미국 법조계에서 보수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성 소수자 이슈나 오바마 케어 등을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보수성향의 배럿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6대 진보 3의 구도가 돼 보수파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배럿의 대법관 인준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마자 백악관에서 취임 행사를 열고 배럿을 대법관에 공식 임명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배럿의 대법관 인준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마자 백악관에서 취임 행사를 열고 배럿을 대법관에 공식 임명했다. [AP=연합뉴스]

대선을 8일 앞두고 보수 성향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막판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배럿은 11월 10일로 예정된 오바마 케어 위헌 소송 심리에 참여한다. 또 낙태와 총기 규제, 이민법 등 주요 사안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선 결과가 법원의 판결로 결정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은 이번 인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핫스팟?

일각에서는 이날 밤 백악관에서 열린 축하 행사가 또다시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26일 배럿 후보자 지명 행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 원 안은 코로나19 확진자. 트럼프 대통령과 배럿 지명자 등 대다수 참석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거리 두기도 하지 않은 채 밀집해 앉았다. 행사 참석자 중 감염자가 속출해 상원 일정이 2주간 중단됐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 원 안은 코로나19 확진자. 트럼프 대통령과 배럿 지명자 등 대다수 참석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거리 두기도 하지 않은 채 밀집해 앉았다. 행사 참석자 중 감염자가 속출해 상원 일정이 2주간 중단됐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마크 메도우 비서 실장은 “최대한 거리를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전파자’를 양산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속 개최하면서 방역 지침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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