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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쿠시마 ‘처리수’ 처분에 과학적 접근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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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31면

제임스 콘카 미국 포브스 과학 칼럼니스트

제임스 콘카 미국 포브스 과학 칼럼니스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글로벌 전반에 걸쳐 경제 활동이 둔화되는 등 전 세계가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최근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처분에 고심하고 있다. 처리수란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정화한 뒤 후쿠시마 원전 탱크에 저장해 둔 물을 일컫는 것으로, 현재 약 1000개의 대형 탱크에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 처리수를 규제기준치 이하 상태로 해양 방류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로써는 이 방법이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엄청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1ℓ의 처리수에는 감자칩 한 봉지 혹은 바나나 4개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에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 규제기준치 이하로 만들었으며, 현재 처리수에는 삼중수소(H-3)만 포함되어 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관련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해 온 필자와 같은 이들은 삼중수소가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흔한 물질이며 해양 방류해도 무방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재까지도 여러 나라 원전 시설에서 해양 등으로 방류된 바 있고 삼중수소로 인해 해양 생태계 및 사람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은 사례 또한 없다.

또한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데다 해양 생물이나 해저 퇴적물에 의해 쉽게 흡수되지 않고,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바다에 방류하기 적합하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대기의 자연적인 과정으로 인해 이미 많은 양이 해양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99.9%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그래왔듯 자연 대기 중에서 형성된다. 이에 비하면 후쿠시마 처리수 내 삼중수소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을 해양 방류한다는 발상은 대부분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과 달리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방사성 핵종과 달리 삼중수소는 빠른 속도로 희석되어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상당한 방사선량을 얻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의 위험도는 워낙 낮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 있는 원전에서 이미 이를 배출한 바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9년이 지난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처리수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국제기구와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미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 가능한 안전한 수준으로 정화하기 위해 ALPS를 통해 62개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 또한 지난 2월 일본 방문 중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처리수 해양 방류 방안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삼중수소 수치 모니터링 및 식품 안전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처리수를 해양 방류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결국 일본 정부가 처리수를 해양 방류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처리수를 계속 저장해 둘 경우 이 사안은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다.

늘 그렇듯 모든 문제는 인식과 그로 인한 우려로 귀결된다. 과학자로서 우리는 근거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때가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처리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해 본다.

제임스 콘카 미국 포브스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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