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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1년 7개월전 '옵티머스 부당 대출' 제보 받고도 검사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감독원이 1년 7개월 전에 '옵티머스의 봉현물류단지 부당 대출' 관련 제보를 받았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시장의 불법·부당 행위를 감시하기는커녕 이를 방치해 사건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현물류단지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을 통해 옵티머스 일당이 펀드 사기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이 단지 사업 인허가 등을 두고 만났다는 의혹이 일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정의연대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정의연대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7개월 전 부당 대출 의혹 제보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부지 일부를 소유했던 법인 임원 A씨는 지난해 3월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의 부당 대출 의혹을 금감원에 제보했다. 옵티머스는 핵심 자금 통로인 골든코어를 통해 봉현물류단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2017년 9월 더케이손해보험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액은 약 140억원. 더케이손보는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자금이 들어간 장외업체의 근저당권을 이전받는 식으로 돈을 빌려줬다. 대출 실행 전인 2017년 6월 골든코어의 물류단지 부지 매입가격이 220억원이었지만, 공시지가가 30억~4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대출액이 너무 많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돌을 캔 뒤 버려진 폐석산이 담보물인데, 심지어 169억원의 근저당권을 이전받으면서 대출해 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은 지난해 3월 말 '민원 회신'을 통해 "현재 확인된 자료를 통해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향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만 답했다. 그 후 더케이손해보험 자체 감사 결과 지난해 12월 해당 대출을 '부당 대출'로 결론 내고, 대출을 실행한 임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더케이손해보험 당시 대주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통상 대출이 진행될 때 대주(더케이손보)가 담보물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해당 건은 차주(골든코어)가 제공한 담보가치를 그대로 인용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A씨의 '옵티머스의 봉현물류단지 부당 대출' 제보와 관련, 지난해 3월 A씨에게 회신한 문서. [독자 제공]

금융감독원이 A씨의 '옵티머스의 봉현물류단지 부당 대출' 제보와 관련, 지난해 3월 A씨에게 회신한 문서. [독자 제공]

금융투자업계에선 금감원의 부실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원은 "채무관계가 복잡한 사업장에 140억원의 대출이 나가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는 데도 교직원공제회가 위법 정황을 발견할 때까지 (대출 건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금감원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민원인과 더케이손보 측 주장이 담보물 가치 등을 놓고 괴리가 컸고, 대출 뒤 이자 상환 유예 같은 부실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민원인 주장이 타당하다는 정확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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