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루게리그병 진행 지연효과

중앙일보

입력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평균 4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일명 루게리그병)의 진행을 항생제로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 부인병원의 로버트 프리드랜더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30년동안 이용되어온 항생제 미노사이클린이 루게리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이 동물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프리드랜더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루게리그병과 비슷한 증세를 유발시킨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미노사이클린을 매일 한 차례씩 주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노사이클린이 투여된 쥐는 평균 137일 살았고 비교그룹의 쥐들은 126일 생존했다.

프리드랜더 박사는 미노사이클린의 이같은 효과는 항생제 기능이 작용한 결과라기 보다는 신경세포를 죽게 만드는 신경세포 안의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밝히고 이 발견이 루게리그병의 보다 강력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노사이클린은 장기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항생제로서 최근 루게리그병과 비슷한 신경퇴행성 질환인 헌팅턴병을 유발시킨 쥐들에 투여한 결과 생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미국 근위축증학회는 전에도 미노사이클린이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일부 증거가 나온 일이 있지만 프리드랜더 박사의 연구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보다 직접적인 증거라고 논평했다.

루게리그병은 과거 미국의 유명한 프로 야구선수 루 게리그가 걸렸다 하여 그의 이름을 따 붙여진 별명으로서 공식명칭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이다.

이 병에 걸리면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퇴화되면서 몸이 서서히 마비되어 환자는 보통 4년 안에 사망한다. 이 병은 대개 40-70세 사이에 나타난다. (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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