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포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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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랑스인은 흡연율.비만율.고혈압 유병률이 미국.영국 등 다른 서구 국가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다른 서구인보다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이 두세배 이상 낮은 이유가 궁금해 생긴 말이다.

게다가 프랑스인은 전체 열량의 15%를 몸에 나쁜 지방인 포화지방으로 섭취하는 상황이며 평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도 미.영과 차이가 없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조사해 1989년 발표한 '모니카 프로젝트'의 가장 눈에 띄는 결과였다.

특히 프랑스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은 채식을 위주로 하는 중국.일본 여성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 결과 프랑스인들은 빵.채소.과일.식물성 기름.포도주 등 지중해식 식사를 즐기는 것이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비결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포도주를 하루 2백㎖ 이상 마시는 것이 '프렌치 패러독스'의 요체다.

포도주에 든 폴리페놀 화합물이 심장병을 예방한다고 한다. 폴리페놀은 인체에 생긴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抗)산화물질로, 심장병 외에 노화.암.동맥경화 방지에도 유효하다.

포도주의 항산화능력은 비타민E의 두배에 달한다. 한국산 포도주의 경우도 적포도주가 백포도주보다 항산화능력이 큰 것으로 실험결과 나타났다(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고경희교수).

나아가 포도 주스의 항산화능력이 포도주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포도주의 공식적인 하루 권장량은 없지만 영양학자들은 하루 20~50㎖를 권한다. 반잔 이하로 볼 수 있다.

포도주는 가장 오래된 술로도 유명하다. 고대 이집트의 의사들은 심장병.천식.피부병.우울증.분만시 통증을 치료하는데 썼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를 씻는 데 쓰는 살균제였다.

'동의보감'에는 '포도주는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고 신장을 덥게 하는 술'로 기록돼 있다. 이뇨.강장작용을 한다는 의미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그러나 적포도주는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고 포도주에 이산화황(효모나 세균의 발육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이 잔류할 경우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과음하면 일반 술과 같은 폐해를 부른다.

가득 채운 1잔(1백25㎖)의 적포도주는 85㎉, 백포도주는 90㎉의 열량을 낸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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