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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법관 탄생…사고로 시력 잃어도 꿈 놓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다 시력을 잃은 김동현(38) 변호사가 대한민국 두 번째 시각장애인 법관이 됐다.

작년 80명, 올해 155명…국내 2호 시각장애인 법관 탄생

대법원은 20일 신임법관 155명에 대한 임명식을 열었다. 2018년부터 법관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이 5년으로 상향되면서 30~45세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신임법관으로 임용됐다. 2017년 27명, 2018년 36명, 2019년 80명이 임용된 데 비해 많이 늘어난 숫자다.

특히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일하던 김 변호사는 2012년 최영 판사에 이어 국내 2호 시각장애인 법관이 됐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 2학년 때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로스쿨도 휴학하고 집에 틀어박혀 지냈지만 어머니는 최 판사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찾아 읽어주며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어머니와 동료들 덕분에 4년 만에 우등생으로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시험 합격했고, 법관의 꿈을 이뤘다.

특정 법무법인과 로스쿨 쏠림 현상 여전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55명 중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71명(45.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국내 최고 로펌 출신이 12명이다. 다음으로 재판연구원 출신 28명, 국선전담 변호사가 19명으로 뒤를 이었다. 검찰 출신이 15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검찰 출신 임용자는 2017년까지 매년 1~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4명, 2019년 7명에 이어 2020년에는 15명까지 늘어났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1기가 2012년 3월에 첫 탄생 했지만 여전히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법연수원 수료자가 신임 법관 중 다수를 차지했다. 사법연수원 수료자는 98명인데 반해 로스쿨 출신은 57명에 불과했다. 로스쿨 출신 중에는 서울대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균관대 7명, 부산대 6명 순이었다.

특정 대학이나 로펌 출신 판사 쏠림현상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판사로 근무했던 최 의원은 7일 “올해 경력 법관 합격자 중 특정 로펌 출신이 12명”이라며 “현재 시스템하에서 특정 대학, 지역 출신이 클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소득과 자산으로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법관 선발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투명하게 진행되다 보니 미리 출신 학교를 배려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취할 수 없다”며 “최선을 다해 법관의 의식과 사명에 대해 검증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현명하게 대처해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 법관을 향해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 사회가 극심하게 분열된 것은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법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재판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도 그 역할에 관해 다시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임법관 155명은 4개월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법관 연수를 받은 후 내년 3월 각급 법원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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