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호르몬요법 왜 주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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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의 노화방지 효과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면서 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골자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호르몬을 외부에서 약의 형태로 투여하는 것이 과연 좋은가 하는 점이다. 여기엔 다분히 호르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난치성 관절염 환자에게 남용돼온 뼈 주사, 이른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남용이 아니라 부족한 만큼 보충해주는 개념의 호르몬 치료는 분명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성장호르몬은 물론 여성호르몬과 멜라토닌.DHEA 등 노화방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호르몬은 나이가 들어 분비가 저하된 만큼만 젊었을 때 수준으로 채워줄 뿐 남용이 아니다.

둘째,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다. 성장호르몬은 드물지만 암세포의 증식을 유도할 수 있고 여성호르몬은 유방암 발생률을 약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이들 호르몬요법은 노화 방지와 활력 증진, 성인병 예방 등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의사의 처방 아래 투여한다면 부작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셋째, 설령 호르몬 요법이 좋다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노화가 정상적인 생리 현상인지 병리 현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학의 발달로 생물학적 연령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같은 70세라도 건강관리 여하에 따라 천차만별의 체력과 건강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중년 이후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수명이 짧았던 고대 원시인의 몸에 맞게 선택된 진화론의 산물일 뿐이다. 80세 가까운 평균수명을 보이는 현대인조차 호르몬 분비의 감소를 숙명처럼 수용할 필요는 없다.

과거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호르몬 요법은 골디 혼 등 할리우드의 유명인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층의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전공학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비용이 점점 싸지고 있다. 규칙적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 등 건강의 대원칙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호르몬 요법 등 첨단의학의 성과를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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