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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찾으려고, 잃어버린 남대문시장서 40년간 장사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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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4년 전 헤어진 윤상애씨를 어머니 이응순, 쌍둥이 언니 상희, 오빠 상명씨(오른쪽부터)가 15일 화상으로 상봉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44년 전 헤어진 윤상애씨를 어머니 이응순, 쌍둥이 언니 상희, 오빠 상명씨(오른쪽부터)가 15일 화상으로 상봉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머리 스타일만 다르고 손 크기, 얼굴 다 똑같아. 너 찾으려고 20년 전에 방송에도 나갔는데…, 영영 못 만날 줄 알았어.”

44년 만에 미국 입양됐던 딸 상봉 #엄마 “빨리 만나 음식 해주고싶어” #딸 “버려진줄, 쌍둥이인지도 몰라”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 윤상희(47)씨는 어머니 이응순(78)씨와 오빠 윤상명(51)와 모니터를 보고 흐느꼈다. 모니터에선 44년 전 실종돼 헤어진 쌍둥이 동생 윤상애(47·미국 이름 데니스 마카티)씨가 어눌한 한국말로 “엄마 예뻐요” “엄마 사랑해”라고 말했다.

44년 만의 상봉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어머니 이씨는 “딸을 못 찾았으면 눈감고 못 죽었을 텐데 이제 소원이 없다.”고 했다.

상애씨는 1976년 6월 외할머니를 따라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길을 잃었다. 같은 해 12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양부모를 만나 ‘맥카티’로 자랐고, 지금은 버몬트 주에서 살고 있다. 그는 “버려진 줄만 알았다”며 “내가 쌍둥이인 줄도 몰랐는데 연락을 받곤 ‘사기 전화’ 로 알았다”며 웃었다.

보스턴 총영사관 앞에 선 상애씨. [사진 경찰청]

보스턴 총영사관 앞에 선 상애씨. [사진 경찰청]

이씨는 “통금시간 넘어서까지 딸을 찾아다니고, 전단도 만들어 뿌렸다. 라디오 광고방송도 했고, KBS 아침마당에도 나갔다”고 했다. 그는 “딸을 잃어버린 남대문시장에서 40년 간 장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면 ‘혹시 내 딸 아닌가’하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상희씨는 “아버지는 상애를 그리며 술만 마시다 병으로 돌아가셨다. 우린 동생을 버린 게 아니다. 호적에도 이름이 있다”며 주민등록등본도 들어 보였다.

이들의 극적인 상봉은 재외공관에서도 유전자 채취를 할 수 있게 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 덕이다. 2016년 입양인 지원단체를 통해 한국을 찾은 상애씨는 경찰청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고, 어머니 이씨 등도 이듬해 등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상애씨가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에서 추가 유전자 검사를 하면서 상봉이 이뤄졌다. 이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면 빨리 딸을 만나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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