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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로 궁지 내몰린 화웨이,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버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사업을 집중해 제재를 견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물량 기준으로 세계 1ㆍ2위를 다투던 경쟁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각 가격은 250억 위안(약 4조원)이며, 아너의 유통사인 디지털차이나그룹이나 TCLㆍ샤오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너는 화웨이의 서브 브랜드로 주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실용적인 제품을 선보여왔다. 연구개발과 부품조달은 물론 판매 유통망까지 화웨이 브랜드와는 별도로 조직돼있다. 매각이 수월한 구조다. 로이터는 “매각 대상은 아너 브랜드 권한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관리부문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중저가 브랜드 '아너'. 사진 아너홈페이지

화웨이의 중저가 브랜드 '아너'. 사진 아너홈페이지

화웨이가 아너를 내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칩 수급이 어려워진 상태다. 업계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결정은 화웨이와 아너 모두에게 윈윈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너가 화웨이로부터 독립할 경우 부품 구매에서 더이상 미국의 금지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화웨이로서도 프리미엄 제품에만 집중하면서 버틸 시간을 벌게 된다. 화웨이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22일에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메이트40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제품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칩이 탑재된다. 미국 제재로 기린칩 생산은 현재 막힌 상태지만 비축분을 활용했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서는 메이트40의 판매가 주로 중국에서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도 믿는 구석이 있다.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화웨이가 전체의 절반가량인 46%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비보(16%), 오포(16%), 샤오미(10%)가 잇는 구조다. 화웨이는 상반기에  P시리즈, 하반기 메이트 시리즈 등 두 차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하는데, 지난해 출시된  P30과 메이트30의 판매량만 4400만대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화웨이_메이트30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화웨이_메이트30

다만 아너를 덜고 몸이 가벼워진 화웨이도, 체급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싸움에서 빅3(삼성ㆍ화웨이ㆍ애플) 구도는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2억4000만대를 판매하며 1위 삼성전자(2억9510만대)를 턱밑까지 쫓았던 상황은 다시 오기 힘들게 됐다. 올 2분기에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580만대인데, 이중 4분의1 가량인 1460만대가 아너 제품이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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