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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 대한 형량 조절 필요”…디지털교도소 운영자 검찰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운영자 A씨 “허위사실 공개로 자격 잃었다”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처음엔 성범죄라든가 진화형 범죄에 대한 형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허위 사실이 몇 건 나오면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대구경찰청, 운영자 수사 결과 발표 #156명 신상정보공개 명예훼손 혐의 #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는 15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성범죄 혐의자들의 신상정보를 왜 공개했고, 그럴 자격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비교적 성실히 답했다.

 흰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난 A씨는 “조력자들을 협박해서 모았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고 “조력자 교육을 한다면서 엽기 영상을 스스로 찍게 시켰다는 말은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혼란을 줘서 죄송하다”고 했다. 또 텔레그램판 디지털 교도소인 ‘주홍글씨’와의 관련성에 대해선 “주홍글씨와 저랑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A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디지털교도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nbunbang’ 등에 게시된 피해자 176명(게시글 246건) 중 기존 신상정보 공개자 등을 제외한 156명(게시글 218건)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3월 ‘박사’ 조주빈(25) 검거 기사를 보고 이를 알리기 위해 nbunbang을 최초로 개설했다. 이어 기사 검색과 제보 등을 토대로 다른 성범죄 혐의자들의 신상정보도 게재하기 시작했다.

 A씨는 nbunbang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들의 신고로 계속 계정이 삭제되자 이를 막기 위해 별도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성범죄와 아동학대, 살인 등 강력사건 범죄 혐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할 목적이었다. 웹사이트 소개에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적기도 했다.

A씨가 개설해 운영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모습. [사이트 캡쳐]

A씨가 개설해 운영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모습. [사이트 캡쳐]

 디지털교도소는 지난달 8일 폐쇄됐다가 같은 달 11일 2기 운영진이 등장하며 운영을 재개했지만, 이달 6일 A씨가 베트남에서 검거, 송환된 후 현재 다시 폐쇄된 상태다.

 경찰은 A씨가 잠적한 후 등장한 2기 운영자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주홍글씨’ 운영자 또는 관련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홍글씨’는 성 착취 음란물을 제작·구매·관람하는 남성들을 찾아내 이름과 나이, 휴대전화 번호, 직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 수사를 돕는다는 이유로 ‘자경단’을 자처한다.

 이와 관련해 주홍글씨 운영진은 최근 “18일 오후 6시 온라인 해단식을 열겠다”면서 활동 중지를 예고한 상태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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