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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수장 교체...정의선의 현대차그룹 이렇게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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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

“미래 현대차 그룹은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 자동차가 30%, 로봇이 20%인 회사가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 ‘타운홀 미팅’에서 정의선(50) 수석 부회장이 밝힌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이다.

[뉴스분석]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면 이런 청사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사실상 주도해왔다. 그의 회장 취임을 계기로 격변하는 ‘카마겟돈(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자동차의 합성어)’ 시대에 맞춰 그간 추진해온 현대차 그룹 체질 개선 및 사업구조 개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급변기를 맞은 시점에서 그룹 책임경영에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사업계획에 여러 변수가 생기고,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 부회장이 그룹 책임경영에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보폭 넓힐 듯 

지난 1월 현대차가 공개한 UAM 기체. 뉴스1

지난 1월 현대차가 공개한 UAM 기체. 뉴스1

미래 차 대전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ㆍ스타트업과의 협업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엔 글로벌 빅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각각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타 기업과 협업도 확대하는 중이다. 또 그랩 등 전 전 세계 차량 공유 모빌리티에 7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친환경 차와 자율주행 차로 대표되는 미래 차 시장을 강조해왔다. 수소 전기차를 비롯한 수소 트럭 등 수소 산업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기도 하다. 미래 차에 2025년까지 41조원을 투자한다는 지난해 10월 청사진도 정 수석부회장의 작품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간 추진해온 그룹문화 변화도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메일로 하는 간편 소통, 복장 자율화, 외부 인재 영입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삼성 출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장(부사장) 등 국내외 인재들을 직접 영입했다. “현대차그룹이 어떤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워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UAM 쪽의 인재 보강이 더욱 광폭의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에서의 행보도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모두 만나 미래 차 배터리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재차 권유"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연이은 신차 성공으로 자동차그룹 최고 경영자로서 능력은 입증된 셈”이라며 “향후 미래 차와 자율주행 차에 막대한 투자를 놓고 그룹 내 통솔력과 자본 집행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회장 선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2018년 추진하다 멈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세대(고 정주영 회장)가 자동차의 국산화, 2세대(정몽구 회장)가 글로벌화와 상품성 개선에 성공했다면 정의선 회장 체제에선 미래 모빌리티 선도력을 갖춰야 한다“며 ”자동차ㆍ개인항공기ㆍ로보틱스로 구현되는 미래 모빌리티 영역은 이종 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협력과 소통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시 이사회를 통한 회장 선임은 갑작스러운 일로 보이지만, 현대차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오랜 내부 의사소통을 거쳐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가 정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앞당겼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노환과 코로나19에 따라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승진 당시에도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대한 얘기가 논의됐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정몽구 회장이 바로 회장 자리를 맡을 것을 권했지만, 본인(정 부회장)이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정몽구 회장은 다시 한번 정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며 “이사진 등 주변 참모들도 이를 강력하게 권해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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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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