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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中 공공의적 됐다···쯔위·이효리 판박이 BTS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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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온라인 갈라 생중계 캡처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온라인 갈라 생중계 캡처

“‘쯔위 사태’의 데칼코마니”
최근 중국에서 급속하게 불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반발 여론을 바라보는 문화계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발단은 BTS가 7일(현지시간) 한미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이다. 리더 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많은 이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밴플리트상은 1950년 미 2군단장으로 6ㆍ25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며 만든 상으로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한다.

여기에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12일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BTS 불매운동’ 분위기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우려한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BTS 관련 상품이나 광고물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BTS 비판 게시글 [웨이보 캡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BTS 비판 게시글 [웨이보 캡쳐]

실제로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BTS가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쾌함을 표출하는가 하면, “중국이 먼저고 아미는 다음. 역사는 잊을 수 없다” 며 ‘탈(脫) 아미’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아미’는 BTS의 팬클럽 명칭이다.

미국ㆍ중동ㆍ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던 BTS가 한순간에 ‘공공의 적’으로 규정되는 것을 보는 가요계는 착잡한 분위기다. A 가요기획사의 관계자는 “언젠가는 한 번 터질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저 발언이 문제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쯔위 사태랑 판박이다”라고 말했다.

태극기와 대만 국기를 들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사과 동영상을 올린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중앙포토]

태극기와 대만 국기를 들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사과 동영상을 올린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중앙포토]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인 쯔위는 2016년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대만 국기)를 함께 흔들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측에서 거센 반발과 함께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어났고, LG유플러스는 쯔위가 출연한 광고를 삭제했다.
결국 JYP가 공식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쯔위도 유튜브에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내 발언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회사, 양안 네티즌에 대해 상처를 드릴 수 있는 점에 매우 죄송스럽다고 생각됩니다“라며 사과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가요계는 중국 잡지 화보 촬영이 재개되는 등 한한령(限韓令)이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악재가 벌어진 데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얼마전 가수 이효리의 '마오'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자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성 악재가 너무 많다는 반응도 나온다.

B기획사 관계자는 “장기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보지만, 제3, 제4의 ‘쯔위 사태’가 계속 일어날 수 있지 않겠냐”면서 “똑같이 역사 문제로 부딪히지만, 불매운동까지 번지지 않는 일본과 달리 다양성 존중하지 않는 중국 시장의 특징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다른 시장에 집중하는 방법도 모색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C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리스크도 많지만, 광고나 예능프로그램의 출연료가 한국보다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는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치나 역사문제에 거리를 두는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CCTV가 제작에 나선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 [바이두 캡쳐]

중국 CCTV가 제작에 나선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 [바이두 캡쳐]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도구로써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ㆍ6ㆍ25 전쟁)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 국영 중앙방송인 CCTV는 최근 6ㆍ25 전쟁을 다룬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 제작에 착수했다. CCTV가  6ㆍ25 전쟁에 대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전쟁 50주년인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 외에도  6ㆍ25 전쟁의 최대 격전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그린 영화 ‘빙설장진호’(氷雪長津湖)도 제작에 착수했으며, 이달 25일엔 금강산 일대의 전투를 그린 영화 ‘금강천(金剛川)’이 개봉된다.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미군과 한국군을 격퇴해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이다. BTS에 대한 반발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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