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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확대' 충격 커지나…상장사 소액주주, 상반기 90% 증가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올 상반기 주요 상장기업 소액주주가 평균 9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양도세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투자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SK 소액주주 300% 넘게 급증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지난 8일 기준) 중 반기보고서에 소액주주 현황을 공시한 23곳의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보다 평균 89.1% 늘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145만4373명으로, 반년 만에 15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총 3위인 네이버의 소액주주는 4만3622명에서 18만7972명으로 330.9% 늘었고, SK도 2만415명에서 9만4142명으로 361.1% 급증했다. 삼성SDI(135.6%)와 SK텔레콤(88.2%), 셀트리온헬스케어(63.2%), 하나금융(62.5%) 등도 소액주주가 많이 늘었다.

이른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락했던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주식을 57조7725억원(코스피 약 44조원·코스닥 13조원)어치 순매수했다.

2019년 12월에도 개인 4.8조원 순매도 

문제는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 기준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올해까진 주식 특정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의 22~23%(지방세 포함)를 양도세로 내지만, 내년 4월부턴 이 요건이 3억원으로 강화된다. 올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 당 3억원 이상 보유하면 이 대주주에 해당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주주 범위 확대로 새로 대주주에 포함되는 3억원 이상~10억원 미만 보유 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만861명, 보유 주식 금액은 41조583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소액주주가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 대주주로 새로 편입되는 투자자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가 거셀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대주주 기준이 강화됐던 2017년 말(25억원→15억원)과 2019년 말(15억원→10억원)을 앞두고 개인은 2017년 12월 5조1000억원, 2019년 12월 4조8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주주 요건이 크게 하향되기 직전 연말에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 패턴이 확인된다"며 "특히 올해는 시장의 개인 수급 영향력이 커진 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개인 자금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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