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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입었다” 화순군 항의에 ‘홍수조절’ 규정 없애는 ‘광주 댐’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집중호우 때 광주광역시 상수원인 동복댐 물을 제때 방류하지 않아 하류 쪽 전남 화순군 주민들의 항의를 받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댐 관리규정에서 ‘홍수 조절’이란 기능의 삭제를 추진한다. 광주시는 “상수원 확보라는 주목적에 맞는 규정 변경”이라지만, 화순군은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태도”라고 반박한다.

광주시 60%가 먹는 상수원인데 위치는 화순군인 동복댐 #“집중호우 때 광주 상수도본부가 970t 방류로 피해 키워” #광주시 “실사용 목적에 맞게 개정”…화순군 “수용 불가”

동복댐 관리규정에서 ‘홍수 조절’ 삭제 추진

8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 인근에 광주광역시 상수도본부가 댐을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 인근에 광주광역시 상수도본부가 댐을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광주시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상수도 동복댐 관리 규정’의 댐 용도 조항에 명시된 ‘홍수 조절’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 상수도본부는 지난 7일 규정 삭제와 관련된 공문을 화순군과 전남도에 보냈다.

 동복댐은 광주시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화순군 동복천을 가로막아 1985년 건설됐다. 저수 용량 9200만t으로 광주시 전체 세대의 60%인 56만 가구가 이곳 물을 사용한다. 광주시가 사용하는 상수원이지만, 위치는 전남 화순군이다.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전남 화순에 쏟아진 397㎜의 폭우가 동복댐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동복댐 인근 화순 동복면과 사평면 주민들은 동복댐 수위가 최대치에 이른 지난 8월 8일 광주시 상수도본부가 초당 970t의 물을 긴급 방류해 댐 하류 70가구·주민 111명이 고립되는 수해를 입었다고 항의했었다. 화순군의회는 광주시 상수도본부에 동복댐 관리권을 화순군에 넘길 것도 요구했다.

댐 주변 주민 반발 뒤 규정 삭제 추진

8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에 물이 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에 물이 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동복댐 관리규정은 1990년에 1차례 개정된 뒤 30년 동안 수정이 없었다. 화순군 주민들의 거센 반발 뒤 광주시 상수도본부가 동복댐 관리규정을 개정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고 댐의 주목적을 명시하는 규정에서 ‘홍수 조절’이란 문구의 삭제를 추진하게 됐다.

 광주시 상수도본부는 지난달 8월 집중호우처럼 화순군에서 수해로 인한 반발이 다시 나올 경우에 대비해 홍수 조절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복댐 최고 수위는 168.2m로 방류를 조절할 수 있는 수문은 167.2m 높이에 있어 다목적댐과 달리 홍수조절 기능이 제한적이란 뜻이다. 광주시 상수도본부는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도 물을 고의로 방류한 것이 아니라 비가 너무 많이 와 넘쳐 흐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광주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동복댐은 상수원 확보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최초 규정 작성 당시 보편적인 댐의 용도로 보는 ‘홍수 조절’ 문구가 담겨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며 “광주뿐만 아니라 부산이나 울산의 경우에도 상수원 목적 댐 관리규정에 홍수 조절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화순군 “홍수 조절 삭제 받아들일 수 없다”

전남 화순군 동복댐으로 흘러드는 인근 지류.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화순군 동복댐으로 흘러드는 인근 지류. 프리랜서 장정필

 부산 회동댐과 울산 회야댐 등 타지역 상수원 목적 댐은 관할 자치구 관내에 위치하지만, 광주 동복댐은 관할 자치구 외부에 있다. 화순군은 광주시의 홍수 조절 삭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아무리 관리 권한이 광주시에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화순”이라며 “내부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화순군과 먼저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동복댐 관리권 이양을 요구한 화순군의회도 반대 입장이다. 최기천 화순군의회 의장은 “화순군에 있는 댐의 관리권을 광주시가 갖고 있어 발생한 문제”라며 “아무리 다목적댐이 아니라고 하지만, 붕괴위험 예방이나 사전 방류량 조절을 위해 동복댐 관리권을 화순군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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