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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상하수도, 대동강 수질개선'…서울시 남북협력사업 중단

중앙일보

입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평양 상하수도 개량과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 등 대북사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시는 경평(서울-평양) 축구대회를 비롯해 평양시의 글로벌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축 지원 등을 추진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추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2032 하계 올림픽 공동유치는 추진 #박원순 전 시장 추진하던 기금 사업은 멈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5일 서울시청에서 한반도클럽에 가입한 19개국 남북겸임대사 초청 만찬을 열고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반도클럽은 서울에 주재하며 평양 주재 공관장을 겸임하는 20개국 대사들의 모임이다. 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5일 서울시청에서 한반도클럽에 가입한 19개국 남북겸임대사 초청 만찬을 열고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반도클럽은 서울에 주재하며 평양 주재 공관장을 겸임하는 20개국 대사들의 모임이다. 뉴스1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북사업' 멈춰

 서울시는 2019년 대동강 수질 개선을 비롯해 평양의 상하수도 개량 사업을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은 서울시의 남북협력기금(총 361억원)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노후 상수도관 누수탐지 장비를 비롯해 기술지원에 1억원, 휴대용 수질측정 장비 지원에 2억원이었다.

 서울과 평양 간 문화유산 상호답사 프로그램도 계획했다. 2002년을 마지막으로 이뤄진 남북 간 축구경기 재개도 '경평 축구대회 재개' 명목으로 기획했다. 배정된 예산만도 24억원에 달했다. 제100회 전국체전 북측 참여 지원에도 30억원을 쓸 예정이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조선 국립관현악단 합동공연, 동·식물 교류, 평양 산림녹화지원, 2만 가구 분량의 수인성 질병 예방용 소독약품 지원도 계획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의 하수도도 노후했는데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사업 추진을 이어갔다.

 박 전 시장의 계획이 틀어진 계기는 북미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회담이 파국을 맞으면서 북한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모든 협력사업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외에서도 남쪽과 직접 교류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탁구대회 등 지난해 남북사업 2건만 추진…올해 전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성사시킨 남북협력사업은 2건이다. 세계 5개 도시 탁구대회와 '녹둔도 이순신 장군 유적' 관련 학술대회를 지난해 러시아에서 개최했다. 탁구대회에는 남북한이 공동 참가했다. 남북한은 당초 녹둔도(러시아령)에 남아있는 이순신 장군의 여진족 격퇴 유적을 올해부터 공동 발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자 각기 러시아에서 학술대회만 열었다.

 평양 상하수도 개선사업과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시에 먼저 요청한 것으로 서울시가 실현 가능성이 큰 사업이라고 보고 추진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남북협력기금의 올해 지출 예정액은 150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70억원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중단되었지만, 통일문화 조성사업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서울시는 기금으로 추진하던 협력사업과는 별개로 '남북 올림픽 공동유치'는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평양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한 공동유치 신청서 제작과 유치특보 자문회의, 홍보영상 제작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남북 정상이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이행하기 위해 국무회의 의결과 기획재정부 승인을 거쳐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내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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