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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는 여자’서 섭외 1순위 된 제시…판단 불가한 매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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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멤버 은비로 고정 출연 중인 제시. [사진 MBC]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멤버 은비로 고정 출연 중인 제시. [사진 MBC]

“불편한 사람들 맞출 생각 없어 그냥 되게 버릇없는 女”

세 보이는데 뭔가 여린 반전 이미지 #‘놀면 뭐하니?’‘식스센스’ 인기 절정

지난해 9월 가수 제시(32)가 발표한 ‘후댓비(Who Dat B)’ 가사다. “쟤 누구야?” 보다 “쟤 뭐야?”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듣던 제시가 내놓은 대답. 그의 “TV 예능 광고 화보 앨범 공연 행사 투어 난 바쁜 몸” “Calling Calling 제시 섭외해”라는 노랫말은 곧 현실이 됐다. 고정 출연 중인 MBC ‘놀면 뭐하니?’와 tvN ‘식스센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SBS ‘미운 우리 새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JTBC ‘아는 형님’ 등 방송사별로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지난 7월 말 발표한 ‘눈누난나’가 멜론 등 음원차트 2위에 오르는 등 데뷔 15년 만에 가장 크게 히트했고, 그 이후 제시를 찾는 곳이 점점 더 많아졌다. 10일엔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에서 신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 발표도 한다. 2005년 솔로 가수 제시카 H.O로 데뷔해 업타운과 럭키제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만든 언니쓰 등 다양한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에 안착한 그는 “음악으로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 싸이 오빠에게 전화해서 울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 이후 줄곧 ‘센 언니’로 활동했던 제시가 새삼 주목받는 건 시대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2015년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디스 이즈 컴피티션(This is competition)”을 외치며 호전적인 면모가 부각돼 호불호가 나뉘었다면, ‘환불원정대’에선 엄정화·이효리·화사 등 센 언니들 사이에서 때론 순한 양 같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이 돋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효리가 환불원정대를 기획했다면, 유재석이 각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며 “제시는 서툰 한국어와 거침없는 언행으로 실수도 하지만 유재석이 이를 은비의 캐릭터로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시작한 ‘식스센스’ 역시 유재석이 오작교가 되어준 케이스다. SBS ‘런닝맨’‘미추리 8-1000’ 등 게임과 접목한 예능으로 유재석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정철민 PD는 “야외 버라이어티의 경우 대본 없이 상황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멤버들 간 호흡이 중요한데 유재석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제시가 궁금해져서 미팅을 진행하게 됐다”며 “유재석씨가 열심히 살고 좋은 사람을 지인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저도 ‘참 세 보이는데 뭔가 여린’ 제시의 매력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강한 사람에겐 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겐 더 여린 눈높이 화법도 빛난다. SBS 웹예능 ‘제시의 쇼!터뷰’가 대표적이다. 한국어가 서툰 제시를 단독 진행자로 내세운 것이 모험처럼 보였지만 운동 유튜버 말왕 편은 조회 수 625만회를 기록하며 채널 ‘모비딕’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니들이 뭔데 감히 날 판단해”(‘쎈언니’) “낯설어 날 더 낯설어하는 너 못 떨어 가식 없지 버르장머리”(‘스타’) 등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에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 한국에서 데뷔 후에는 교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버텨온 만큼 이근 대위부터 명리학자 강헌까지 누가 게스트로 나와도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이 강점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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