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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면 괜찮다고? 30대 남성 양쪽 다리 물어 뜯은 '말티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개천절인 3일 30대 남성이 작은 개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덩치 큰 맹견 중심의 관리 정책과 ‘작은 개는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을 깬 사고다.

6일 경기 파주경찰서는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과실치상)로 60대 여성 견주 A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기 파주시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이 키우는 개인 ‘말티폼(Maltipom)’ 관리를 소홀히 해 B씨(33)의 허벅지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티폼은 몰티즈와 포메라니안을 교배시킨 '믹스견'이다.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에서 B씨(33)씨가 개에게 물려 사고를 당했다. [B씨측 제공]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에서 B씨(33)씨가 개에게 물려 사고를 당했다. [B씨측 제공]

사고 당시 A씨는 개 목줄을 잡고 있었지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마리가 동시에 B씨를 향해 뛰어드는 바람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 개는 입마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말티폼은 몸 높이가 25㎝인 일반 몰티즈보다 덩치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좌우 다리 등이 1~2㎝ 찢어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은 직후 B씨는 112에 신고했다.

‘개물림 사고’ 5년간 25% 증가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개물림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손금주 전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개물림 사고 피해자만 총 1만614명에 달했다. 개물림 사고는 2014년 1889건에서 2018년 2368건으로 급증했다. 5년 간 약 25% 증가한 수치다.

소ㆍ중형견에 의한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해 7월 기흥구 한 아파트 지하 1층에서 33개월 여아가 키 40cm인 폭스테리어에게 물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일으킨 개는 12㎏에 달하는 중형견이다. 지난 2017년 한일관 대표가 가수 겸 배우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려 사망했을 당시 최씨의 반려견도 소형견인 프렌치 불도그였다.

2017년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리는 모습 [연합뉴스=SBS뉴스 캡쳐]

2017년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리는 모습 [연합뉴스=SBS뉴스 캡쳐]

사고는 늘고 있지만 중·소형견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부실하다. 현행법엔 맹견에 대한 규제만 명시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13조의2(맹견의 관리)에 따르면 견주는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정부가 지정한 맹견 종류는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맹견 5종 수는 전체 반려견 중 1%도 되지 않는다. 99% 일반견에 대한 입마개 규제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중·소형견도 관리 필요”

국회에서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개물림 사고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반려견이 사람 또는 다른 반려견에게 중대한 피해를 준 경우 공격성 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맹견 출입을 금지하는 공간에 노년층이나 장애인이 생활하는 노인 여가ㆍ장애인 복지시설을 추가했다. 최근 개물림 사고로 80대 노인 등 고령층이 사망한 것을 고려한 조치다.

전문가는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견주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정한 월드애견스쿨 소장은 “소ㆍ중형견들도 사회화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무작정 입마개를 채우기보다 견주가 반려견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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