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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걸릴 걸 3주만에…아베가 밀던 '코로나 치료제' 다음달 승인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치료제 후보로 꼽히는 '아비간'의 심사를 3주 만에 끝내고 오는 11월 승인을 하는 방향으로 세부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후지필름 자회사 도야마화학 '아비간' #"시험결과 완치 기간 3일 가량 짧아져" #현지에선 기형아 출산 등 부작용 우려도 #한국도 한 때 도입 검토했다 수입 않기로

교도통신에 따르면 통상 일본에서 신약 심사는 신청에서 승인까지 1년이 걸린다. 그런데도 아비간에 대해서는 3주 만에 심사를 끝내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아비간은 후지필름의 자회사인 도야마 화학이 개발한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도야마 화학은 이달 중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해달라고 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도야마 화학은 지난달 23일 코로나 19 감염자에게 아비간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0~74세 코로나19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증상이 개선돼 유전자 검사(PCR)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기간을 비교한 결과, 아비간 투여 그룹은 11.9일로 투여하지 않은 그룹(14.7일)에 비해 3일 정도 짧았다고 설명했다.

투약에 따른 부작용도 기존에 알려진 신장·간 기능 저하 외에는 나타나지 않아 '새로운 우려'는 없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주장이다.

일본에서 개발중인 코로나 치료제 아비간이 오는 11월 승인될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 연구자가 아비간이 든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에서 개발중인 코로나 치료제 아비간이 오는 11월 승인될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 연구자가 아비간이 든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교도통신은 "동물실험에서 태아에게 기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신중한 심사가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치료제로 꼽히는 아비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총리 시절 아비간을 적극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 치료제로 꼽히는 아비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총리 시절 아비간을 적극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EPA=연합뉴스]

교도통신은 "지난 5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아비간을 그달 내에 승인하도록 후생 노동성에 지시했던 것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비판이 잇따랐다"면서 "이번에도 후생 노동성 안에서 승인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유효성·안전성 확인이 불충분해질 것이란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아비간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왔다.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등 부작용이 거론됐지만 코로나 19 치료제로 승인하겠다면서 의욕을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통화에서도 일본이 개발 중인 아비간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비간을 이렇게까지 밀어주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아베 전 총리가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베 전 총리는 고모리 회장과 올해 1월 공식 회동한 뒤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다. 후지필름은 지난 2월 일본 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초청된 유일한 업체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관방장관이던 당시 아비간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아베 총리의 아비간에 대한 평가와 고모리 회장과의 관계 사이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고, 후지필름 측 대변인도 "정부 측의 어떤 호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때 한국 정부도 아비간 수입을 검토했지만 코로나 19 치료에 사용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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