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래 과학기술시대 선도 공기업 시리즈 ⑩ 과학기술] 정부도 기업도 ‘수소경제’ 활성화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핵심기술 자립도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정부‘수소경제위원회’본격 가동 # 2024년까지 전문기업 1000개 육성 # 현대차 세계 첫 수소 전기트럭 선봬 #"핵심기술 자립도가 성패 좌우할 것” # 각국 신성장동력 주도권 잡기 치열

지난 7월 1일 수소 모빌리티쇼 개막식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넥쏘는 1회 충전으로 609km를 주행할 수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1일 수소 모빌리티쇼 개막식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넥쏘는 1회 충전으로 609km를 주행할 수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제1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 국내 수소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용홍택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기술 경쟁력과 기술 자립도가 수소 기술 선도국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와 공기 질 악화 대응을 위한 이른바 ‘수소경제’가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탈탄소화 추진과 신산업·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린뉴딜을 제시하면서 수소 산업이 특히 주목받는다.

먼저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선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독일도 2030년부터 전기자동차만 판매한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기업도 잰걸음이다. 폴크스바겐은 2026년을 마지막으로 가솔린·디젤 자동차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GLC F-Cell’을 출시했다. 도요타는 BMW와 협력해 ‘X5 SUV’ 테스트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3년 수소차 투싼 IX35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이래 양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내놓았다. 또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수소 트랙터를 개발 중이다. 박순찬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실장(상무)은 “현재 수소전기차는 손실이 증가하는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향후 원가 절감, 내구성 향상,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성그룹도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효성은 지난 4월 독일 린데그룹과 업무협약(MOU)을 하고 2022년까지 액화수소 생산·운송 및 충전시설 등 밸류체인 구축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린데그룹은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수소 기반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수소경제 관련 그린뉴딜은 크게 봐서 ▶전(全) 주기에 걸친 원천기술 개발 ▶수소 생태계 경쟁력 강화 ▶안정적 수소 생산·공급 인프라 확보 ▶그린모빌리티(수소차) 확대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수소차 보급 정책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2022년까지 8만1000대(내수 6만7000대), 수소 충전소 310기 설치·운영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2040년엔 각각 620만 대, 1200기로 늘릴 계획이다. 6월 말 현재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가 7600여 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2년 안에 10배 넘는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충전소는 현재 전국에 42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소 충전소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소 충전소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수소경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수소경제위원회는) 국무총리 및 산업·기재·과기·행안·환경·국토·중기부 등 관계 장관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소경제 컨트롤타워’”라며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2024년까지 수소 전문기업 1000개 육성 ▶수요 창출형 규제 정책 시행 ▶수소공급 지역 인프라 확충 ▶해외 기술협력 및 투자유치 등을 의결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수소경제 관련 R&D 투자액은 지난 2016년 544억원에서 2018년 705억원, 올해 124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누적 투자액이 4150억원이다. 수소경제와 관련해 내년 정부 예산은 10개 사업, 1036억원이 배정됐다. 환경부과 국토교통부 등을 포함하면 5866억원으로 늘어난다.

R&D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면적 고성능 프로톤 세라믹 연료전지(PCFC)를 개발했다.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연료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저장 무게효율을 갖는 수소저장용기 및 핵심 부품도 개발했다.

다만 한계도 있다. 양태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미래에너지연구본부장은 “국내 수소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생산과 저장·운송, 충전 분야의 기업 수가 적고 규모와 기술력에서 해외 기업보다 열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용홍택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체계적인 R&D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수소 분야 기초기술을 탄탄하게 다지고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