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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기 함께 극복 공기업 시리즈 ⑨고용노동] ‘장애인고용’ 도약 위해 지혜 모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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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들의 다양한 릴레이 캠페인이 SNS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남다른 울림을 주는 캠페인이 시선을 끌었다.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 중 뜻있는 분들이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키자는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기고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장애인 직원에 대한 감원이나 해고 없이 함께 이겨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근로자들과의 약속을 표명한 다짐이었다. ‘장애인고용 안정 릴레이 캠페인’에 80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런 안간힘은 한동안 장애인고용 안정에 큰 동력이 됐지만, 지난달 15일 이후 감염병이 재확산 국면으로 접어들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실제로 중증 및 발달장애인을 다수 고용한 사업주 한 분의 사정은 이렇다. 나름의 의지와 소신으로 직원의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한시적이나마 정부가 장애인고용장려금과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중으로 수급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강화된 2단계 거리두기로 결국 휴직 및 재택근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장애인들이 담당하는 일 중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가 많지 않고,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왜 집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지 설득하는 일이 힘들었다. 당분간은 집에서 대기하는 일이 주어진 업무임을 강조했고 책임감에 시간대별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집에 있는지 상황을 체크한다고 한다. 눈물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아쉽지만 취약계층 일자리에 켜진 빨간불이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고용안전망 강화 사업을 위해 직접일자리를 103만 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이 중 장애인 일자리 2만5000개를 직접일자리로 설계한다. 다만, 장애인 일자리는 방법론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의 공정을 세분해 장애 유형이나 장애인의 개별 특성에 맞게 배분하고 반복적 맞춤훈련도 필요하다. 또 단기 일자리 참여 경험이 경쟁 고용 진입으로 이어지게 길을 내줘야 한다.

디지털 뉴딜 일자리 계획 추진과도 연동이 된다면 좋겠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참여하는 ‘데이터 라벨링 사업’ 등을 추진할 때에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매뉴얼 보급만으로는 원활한 직무 수행이 어렵다.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가 획일적인 일감 던져주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그러려면 중증장애인이 일하는 현장 상황과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눈’이 필요하다. 특별 전담 기구 같은 것을 구상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30년간 양적·질적으로 힘겨운 성장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이 후퇴 없는 도약을 꿈꿀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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